박희팔(논설위원 / 소설가)

          박희팔(논설위원 / 소설가)

관성이가 하루아침에 혼자 됐다고 하는데도 놀라하는 동네사람들이 없다. 웨래 구구한 말들만 무성하다.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질레 붙어있을 여자가 워딨어. 나라도 백번 가버리지.” “아니 그 새댁 외양은 멀쩡하던디 워디가 워뗘서 싫다는겨 관성이는?” “지는 뭐 그리 잘나서, 오종종한 것이 남하구 말길도 잘 트지 못하는 위인이 말여.” “여하튼 첫날밤서부터 이날이때꺼정 이년이 돼가두룩 한 번도 잠자리를 같이 안했다니 참 별종은 별종여.” “그러니 워떡하나 음식 싫은 건 개라도 주지만 사람 싫은 건 인력으론 어찌 할 수 없다잖아.”
 이 관성이를 그의 외숙모가 불렀다. “니 엄마 아버지가 너 낳고 졸지에 변을 당해 너 핏덩이 때부터 내가 길러 장가보내고 살림까지 내주었다. 둘이 알뜰살뜰 살기를 바랐더니 끝내는 사단을 당했구나. 그 애가 잘한 결단인지, 네가 바란 대로 됐으니 네가 잘된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으나 그래 그 애가 그리도 싫더냐?” “예” “왜?” “그냥요.” “알았다.”
 그리고 한 일곱 달 후, 100여리 밖 타군 마을에 사는 이 외숙모의 당고모가 노구를 이끌고 오랜만에 찾아왔다. 서로 집안 안부를 묻는 중에 관성이 얘기가 나왔다. “그래, 요새 관성인 혼자 어떻게 지내는가?” “참 고모님, 며느님이 데리고 온 딸 아직 과년한 채 그대로 있지유?” “그려, 처녀나이 스물일곱인디 통 통혼이 안 들어와. 왜 어디 중매 설 곳이라도 있는가?” “관성이가 저렇게 혼자 됐잖어유 그래서….” “그래서 관성이와 어떻게 해보자구?” 그러더니, “여보게 질녀, 내 말 고깝게 듣지 말고 끝까지 들어보게. 그 애는 우리 핏줄과는 아무 상관없어 물론 성씨도 우리집안과는 다르고. 하지만 그 애 엄마가 상처한 우리 애에게 후살이 올 때 다섯 살 먹은 계집애와 일곱 살 먹은 사내애를 데리고 왔네. 그때부터 내가 줄곧 데리고 있으면서 한 집안 식구처럼 지금까지 길렀어. 그래서 그 애는 스물아홉이 되고 제 오라비는 서른하나가 됐지. 그런데 그 근본이 흠이 되는지 지금까지 둘 다에게 중매 들어오는 데가 없어 노처녀 노총각으로 있네만 그래도 엄연히 처녀 총각이 아닌가. 한데….” “고모님 말씀 무슨 말씀인지 알지유. 하지만 우리 관성이두 허우대는 좀 작아두 심성이 깊구 근실해서 사람은 방짜지유. 고모님은 우리 관성이가 결혼에 한 번 실패한 사람이라 총각이 아닌데 어떻게 처녀장가를 생각하느냐고 섭섭히 여기시는 것 같으신데 우리 관성이두 아직 총각여유. 깨끗해유. 오죽하면 한 번두 안 건드리니까 색시가 제 발루 나갔을까유.” “관성이 됨됨이야 나두 잘 알제. 근데 말여 그 관성이가 고자라며?” “예?, 그게 무슨 말씀여유.  고자라뉴?” “나 있는 데까지 소문이 나 있어. 그래서 색시가 도루 친정으루 온 거라구. 하도 미심쩍어서 어떻게 된 일인가 해서 겸사겸사 여길 들른 거구.” “허어 참 맹랑하네. 그런 소문이 났을까. 그려 그려, 그런 말이 날만 하네. 색시 쪽에선 그런 생각이 들 만할 테니까. 그리구 참 그 색시친정이 고모님 사시는 데서 얼마 안 될껴. 하지만유 그건 헛소문이유. 고모님두 아시잖어유 지가 관성이를 핏덩이 때부터 키운 걸. 아녀유 그건 절대 아녀유 지가 보장해유.” “알았네. 알았네. 질녀의 진심을 알았으니 내 돌아가서 본인한테 얘기해 볼게.”
 이래서 관성인 처녀장가를 두 번 들었다. 그리곤 보란 듯이 열 달 넘기기가 무섭게 첫아들까지 쑥 뽑았다. 이 무렵 관성이 처남이 장가간다는 기별이 왔다. 그러니까 관성이 처 친정오라버니다. 서른네 살이다. 그렇게도 짝이 나타나지 않는다더니 이제 노총각신세를 면할 모양이다. 모처럼 관성이 두 내외가 동반해서 예식장엘 갔다. 먼저 신랑이 단상으로 올라가고 이제 신부입장이다. 하객 모두의 눈들이 신부에게로 쏠린다. 관성이도 보았다. 그런데 엇, 그 그 그 사람이다. 전 전 전 색시. 관성인 머리를 감싸고 뛰쳐나왔다. 관성이 처도 놀라 뒤따라 나왔다. 그리고 그길로 집으로 돌아와서야 관성이 처도 신랑으로부터 그 사실을 알았다. 그로부터 관성인 처가에 발길을 뚝 끊었다. 그의 처도 그랬다. 이러기가 어느덧 기십 년이 된다. 그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쪽도 어차피 양가 사이를 알게 됐을 것이고 서로가 어정쩡한 관계라 그랬을 거였다. 이건 막장드라마도 아니고 순정드라마도 아니고 무슨 운명의 드라마란 말인가!
 이제 양가는 애들들 다 출가시켰고, 바깥사람들도 안사람들 앞서서 먼저들 다 갔다. 관성이 처가 중얼거린다. ‘인젠 가봐야지 올케언니한테 가봐야지.’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