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림

나를 번쩍 안아 댓돌위에 올려놓고 발을 씻깁니다

거친 손이 하루를 씻깁니다

달도 우물 속에 들어가 발을 씻습니다

뿌득뿌득 소리가 요란합니다

입김에 하얗게 서리 내렸던 수염

오늘 하나도 따갑지 않습니다

내 검정 고무신도 뿌득뿌득 닦아 놓은 아버지

당신 흰 고무신과 나란히 놓습니다

보름달이 슬밋 다가와 아버지 소맷부리를

들추어도 허허 웃으십니다

도랑 옆으로 어제까지 보지 못한 민들레가 활짝 피었습니다

발 씻은 달의 웃음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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