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납품가 10.8% 인상에도 상당수 약국은 종전 '500원' 그대로

(동양일보) "6년째 500원인 박카스, 이제 600원 받아도 되려나"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에서 만드는 대표적인 피로 해소 드링크제 박카스D의 약국용 납품 단가가 원재료가 상승 등을 이유로 10.8% 인상됐지만, 일선 약국 대다수는 판매 가격 인상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절대금액으로는 납품가가 50원 정도 오르는 셈이지만, 이전까지 박카스D의 소매가가 5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인상 폭이다.

따라서 납품 단가 인상에 따른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소비자 가격을 100원 정도는 더 받아야 하지만 일선 약국들은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오랫동안 500원에 팔리던 박카스 가격을 100원 올리면 주변 약국보다 비싸게 파는 약국 이미지가 생길까 봐 가격을 올리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결국, 이 약국은 손해를 보더라도 당분간 박카스를 500원에 팔기로 했다.

서울 화곡동에 있는 B약국도 아직 박카스 가격을 인상하지 못했다. 대신 드링크제를 보관하는 냉장고에 곧 박카스 가격을 올리겠다는 작은 공지문을 붙여 뒀다. 손님들의 '가격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대한약사회는 이런 일선 약국의 고민이 약값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값에 대한 정부 시책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결국 약국의 신뢰만 추락했다"며 "편의점에서 팔리는 박카스F는 800원에 팔려도 아무 저항이 없는데 약국들은 박카스D를 500원보다 10원만 비싸게 팔아도 여기저기서 클레임이 들어온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 약국에서 박카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워낙 가격에 상징성이 커 인상을 꺼리는 약국이 많다"며 "신뢰감 있는 약값 정책이 있었다면 이런 눈치보기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카스 가격을 올려받는 곳도 있다. 서울 청계천로의 C약국은 이달 초부터 박카스 가격을 600원으로 인상했다.

이 약국을 운영하는 권모 약사는 "박카스를 손해 보고 팔면서 다른 약값을 뻥튀기하느니 박카스를 포함해 모든 약값을 제대로 받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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