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우리는 검은 숲을 지나

빙하와 크레바스를 건너

세상 끝에서 끝으로 걸어간다

항공로나 철로나 뱃길이나 모두

하나의 선일뿐

우리의 모험은 대체 어찌된 것인가

밤은 하늘의 바닥이라던데

어두워져도 어두워지지 않는 밤에

우리는 걷다가 달리다가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들

쉬지 않고 걷고 또 걸어도

세상은 점점 더 커지고 더 깊고 깊은 블랙홀이 되고

걷는다는 것은

세상 안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것

세계를 지워버리는 것

실종자가 한 명 더 늘어서

실종인가 실족인가 사망인가 회자되다가

결국은 잊혀지는 것

우리의 모험은 어디쯤 걸어가고 있는가

사람 대신 북극곰이 있고

트럭 대신 빙하가 있고

그 후 몇 달은

햇빛도 달빛도 없는 곳에서

화로에 탄 검은 빵을 뜯어먹으며 듣는

익명의 체험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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