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눈총을 자초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최근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 400명은 돼야 한다"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런 언급은 이달 초 가동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첫 회의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문 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부정적 여론이 감지되자 "퍼포먼스에 참여해 가볍게 얘기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정의당 등 소수정당도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지난해 말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오히려 응답자의 71.6%가 의원 정수 축소에 찬성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것이 민심이다.
숫자가 모자라 일을 못한다고 변명하기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같은 민심을 읽지도 못한 채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의원 정수 증원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의원 수가 평균 이하라는 주장,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주장 등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보다 우리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가 적다는 반론은 예전부터 있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비례대표 증원이 신종 나눠먹기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전직 국회의장의 얘기도 나온 바 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인 시각은 국회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치권이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의원 정수 확대를 위해 아무리 좋은 명분을 붙인다고 해도 국민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확보해 자신의 지역구 내 도로 등을 개설했는데 추후 파악해 봤더니 그 도로 인근에 이들 의원의 부동산이 적지 않았다는 보도도 최근 나왔다.
국회에서 열리는 국정조사는 제대로 성과를 낸 것이 거의 없다.
세비를 슬그머니 인상하려다가 논란이 되자 동결하는 모습도 우리는 봐왔다. 일각에서는 세비를 깎고 특권을 내려놓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국민도 의원 정수 확대에 동의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보여줬던 구태를 감안한다면 단순한 세비 삭감과 눈에 보이는 특권 내려놓기는 해법이 아닌듯하다.
국민의 충분한 동의 없는 정치권만의 의원 정수 증원 논의는 결코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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