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한 아이가 축복받지 못하고 태어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불행’이므로, ‘혼인을 통해 부모가 될 수 있을 때까지 성 충동을 억제하고, 성적 욕구를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넷의 한 용어 사전에 실린 ‘미혼모’에 대한 정의다. 미혼모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설명만 봐도 대한민국이 미혼모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지 여실히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차별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아마도 미혼모·부일 것이다. 그러나 OECD 국가별 혼외 자녀의 출생비율을 살펴보면 미국은 38.5%,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이 1.5%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혼외 출생아의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비주류인 미혼모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임신을 하는 미혼여성은 상당수가 낙태를 선택하게 되고, 미혼모는 약 70%가 입양으로 자신이 낳은 아이를 포기하게 된다.
최근 자조모임에서 만난 미혼모들의 실상은 생각보다 훨씬 힘겨웠다. 이들은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는 자퇴를, 회사에서는 사직을 권유받아야 했다. 취업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홀로 어렵게 어린 아이를 키우지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하기는 했지만 아이 아버지가 어디로 가 있는지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양육비를 받아낸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는가.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은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까? 지난해 중앙일보가 서울시내 12개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45.6%가 성관계를 가져본 적 있다고 답했을 정도로 혼전 순결은 현재 젊은이들에게 큰 의미가 없는 단어다. 진정 질타를 받아야 할 이들은 핏줄을 버린 무책임한 남성들이다. 많은 것을 잃어야 하는 현실을 알면서도 생명을 선택한 용기 있는 여성들이 그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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