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문암생태공원, 얌체 캠핑족에 ‘몸살’
“올해 ‘공원’ 지정”…취사·야영 금지될 듯

▲ 청주 시민의 쉼터인 청주 문암생태공원 야영장이 명당자리를 독차지하려고 사용하지 않는 텐트를 계속 설치해놓는 '유령텐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합뉴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에 사는 A(42)씨는 집 근처 주말을 이용해 청주문암생태공원 야영장을 들렀다가 말로만 듣던 ‘얌체 캠핑족’을 목격했다.

A씨 가족은 캠핑장에는 텐트가 꽉 들어차 자리를 잡는데 애를 먹었는데, 일부 텐트에는 마치 집을 옮겨온 것처럼 살림살이가 가득했다. 알고 보니 주변 주민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 텐트를 상시적으로 쳐 놓고 ‘별장’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자리가 없어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붐벼서 억지로 자리를 잡았는데, 캠핑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얌체족을 목격하니 화가 치밀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주문암생태공원 야영장이 얌체족들의 이른바 ‘유령텐트’, ‘별장텐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야영장 자리를 선점하려고 사용하지도 않는 텐트를 그대로 설치해 놓는 이들 때문에 실제 캠핑장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00년까지 매립장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지난 2010년 생태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21만500㎡ 면적에 생태를 테마로 한 대형 공원은 충청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라운드 골프장, 바비큐장이 인기를 끌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근에 장작숯을 판매하는 가게까지 생겨날 정도다.

생태공원 한 구석의 캠핑장은 공원 내 화장실과 세면장 등을 갖추고 있어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캠핑장에서 주말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다 보니 자리경쟁도 치열하다. 금요일 새벽, 텐트를 치고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는 게 공원관리사무소 직원의 귀띔이다.

한번 텐트를 치면 2박3일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명당자리를 선점하려 유령텐트를 쳐 놓는 ‘얌체’ 행동도 늘어나고 있다. 일주일, 열흘씩 텐트를 쳐 놓고 ‘별장’처럼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한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지만, 텐트를 강제철거 할 수는 없어 생태공원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머리도 아프다.

다른 공원의 경우 취사행위나 캠핑을 할 수 없지만, 문암생태공원은 폐기물시설로 등록돼 있어 공원관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야영장 시설에 유령텐트를 설치했더라도 강제철거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민원 때문에 철거했다가 되레 텐트 주인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무슨 근거로 내 물건(텐트)을 철거하느냐며 따지면 반박할 근거가 없어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당초 2013년 문암생태공원을 취사행위 등이 불가능한 ‘공원’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청주근교에 야영시설이 부족한 것을 감안, 공원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얌체 캠핑족 등 관리문제가 잇따르면서 시는 올해 도시계획재정비를 통해 이곳을 공원으로 바꿀 계획이다. 청주시민들의 휴식공간이 일부 몰지각한 양심으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