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공모 7일 남기고 응모자 ‘0’

근로자 고용승계·적자 누적 영향
“관련 문의”…응모 가능성 시사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존폐의 갈림길에 선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새 수탁자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13일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1일 민간위탁운영자 모집공고를 내고 오는 20일까지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이날 현재 실제 공모신청서를 제출한 희망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시가 제시한 신청조건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는 민간위탁운영자 공모 신청자격으로 ‘청주시’에 있는 요양병원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운영자, 내과·신경과·신경외과·정신과·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청주지역 의원에서 5년 이상 일했거나 이들 과목 의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정했다.

신청조건으로는 재정능력과 함께 노인성 질환 등 위탁사무에 대한 전문성, 경영능력, 책임성과 함께, 특히 ‘현 근로자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사갈등의 여파로 병원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 고용승계는 위탁희망자에게 부담이라는 게 지역의료계 등의 설명이다. 여기에 3년간 15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누적되는 등 병원경영으로 인한 이익을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새 운영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3월 19일 위탁 운영포기를 선언한 이 병원 전 수탁자인 한수환 씨엔씨재활요양병원장은 14일 임금체불 문제로 재판정에 서는 등 노인병원 사태 후폭풍을 맞고 있다. 그 전 수탁자인 정산의료재단 효성병원도 노조갈등 등을 이유로 경영을 포기하기도 했다.

한 원장은 간병인 등 노인병원 근로자에게 6억여원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원장과 노인병원 노조 측의 체불임금에 대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반면 시는 일부 의료기관에서 병원위탁과 관련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새 위탁자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 관계자는 “최근 일부에서 병원 위탁과 관련한 문의가 있었다”며 “1차 공모가 실패해도 이후 20일간 진행될 2차 공모에서는 응모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1차 공모에서 희망자가 단 1명만 응모해도 수탁기관 선정 심의위원회를 열어 적격성을 심사할 계획이다. 1차 공모가 실패하면 20일간의 2차 공고를 낼 계획으로, 이 경우 자격요건 일부 변경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시는 정원문제와 민간영역에서의 노인치료·요양수요흡수·노사분규 가능성 등을 들어 직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만일 2차 공모에서도 응모자가 나서지 않을 경우 청주노인병원은 폐쇄절차를 밟게 된다.

청주노인병원은 체불임금 지급과 근로제도 변경 등을 놓고 지난해 3월부터 노사갈등을 빚어왔으며, 이 병원 위탁 운영자인 한 씨엔씨재활요양병원장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투쟁, 적자 지속 등 경영난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19일 위탁 운영 포기를 선언했다.

충북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청주시장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으로, 노인병원사태가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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