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잇단 사퇴요구…친이·친박간 대결될까 우려

(동양일보) '성완종 파문'의 핵심으로 부각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를 놓고 새누리당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총리 해임건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파상적인 사퇴공세를 펴는 가운데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사퇴 거부 의사를 공개적이고 단호하게 밝힌 만큼, 당 지도부는 일단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수준에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원내 핵심관계자는 16일 "당내에서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는 의견은 많지만, (이 총리) 사퇴론은 아직 다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이 총리 사퇴 문제보다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진상규명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검찰에 이 총리 우선수사를 요구한 가운데 야당이 특검을 요구하면 언제든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김성태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들은 전날 밤 특검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김 의원은 "이런 사안을 특검하지 않으면 어떤 사안을 특검하느냐"며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이런 전략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중 의총 소집 여부를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검 도입과 별개로 이 총리를 비롯해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여권 핵심 인사들의 거취부터 서둘러 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이 총리 사퇴론은 주로 소장파·쇄신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눈앞에 닥친 4.29 재보선과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동시에 이번 일을 계기로 근본적인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국면을 전환하려면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런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 총리가 물러나면 국정 공백이 초래된다는 사퇴 반대론에 대해선 "상황을 더 장기전으로 흐르게 만들고, 박 대통령을 어렵게 만드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특검 도입문제나 이 총리 사퇴 문제 등을 놓고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총리 사퇴를 주장하는 인사들이 대부분 당내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라는 점에서 자칫 계파간 세력다툼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로 여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와중에도 구태의연한 권력투쟁에 골몰한다는 비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사실 여부에 대한 다툼이 아직 남아 있는데 지금 총리의 거취를 가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친이계인 이재오·김용태 의원이 이 총리 사퇴론을 편 것과 대비되는 발언이다.

이처럼 이 총리 거취 논란이 첨예해질수록 친이·친박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원내 지도부 일원인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감한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계파 논리로 입장이 갈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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