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이후 총리 거취 결정"…이 총리 '가시방석'

(동양일보) '성완종발 태풍'이 이완구 국무총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면 어떤 조치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면 총리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이 총리 사퇴론'을 포함해 당내 의견을 전달하자 박 대통령이 "잘 알겠다.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며 순방을 마친 이후 결단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이 총리가 대통령 순방 기간인 16∼27일 '시한부 총리'가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앞두고 '국정 2인자'인 이 총리가 아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부른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심장했다.

이미 박 대통령의 이 총리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게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당의 의견을 가벼이 여기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보루'인 임명권자의 신뢰 마저 확신할 수 없게 된 이 총리는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실제로 이 총리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면담이 알려진 이후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총리로서 직무를 흔들림없이 수행해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전혀 흔들림없이 국정을 수행한다"면서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이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국정이 애들 장난이냐"면서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 마치고 나갈 때에는 거취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많이 이야기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 총리는 이어 "한 나라의 국무총리는 대통령께서 외국에 나가서 일을 보실 때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면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언급한 적이 없던 "대통령이 외국에 나갔을 때"라는 전제 조건이 붙은 것이다.

이 총리는 일단 대통령 순방 기간 세종시가 아닌 서울에 머무르며 업무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제 국회 대정부질문이 끝난 만큼 '국정 2인자'로서 내치(內治)를 담당하며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4.19 혁명 기념식 참석, 20일 장애인의 날 행사 참석, 21일 과학의 날·정보통신의 날 기념식 참석, 22일에는 사우디 석유부 장관 접견 등의 일정도 예정대로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대통령 순방 기간 내각의 '넘버 3'인 최경환 부총리(16∼19일 미국 출장)와 '넘버 4'인 황우여 부총리(22∼24일 인도네시아 출장) 모두 해외 출장이 잡혀 있어서 업무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이미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향후 거취 마저 불투명한 이 총리가 충실하게 국정 운영을 해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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