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김택(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있어 대학의 역할과 사명은 그 흐름과 변화에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있다.  대학은 그동안 국가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대한민국이 압축성장을 통해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른 것도 대학의 인재배출과 연구능력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한편으론 대학이 시대정신에 뒤쳐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환경변화와 적실성있는 지식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기업들의 하소연도 있다.

전통적으로 대학의 사명은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인류발전의 초석 역할을 해 왔다. 또한 대학이 사회봉사의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사회와 국가에 헌신과 실천적 인재를 배출하는 것도 중요한 사명이라고 본다. 최근 우리나라는 대학의 부실화,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유령대학의 증가, 취업률 제고로 인한 대학의 학원화 등 많은 문제를 발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부 나름대로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입법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대학구조개혁법이다. 교육부는 올 임시국회에서 이 법률안을 통과하여 가을부터 전국의 모든 대학을 구조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래야 대학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 있어 대학생이 없다면 어떻게 될 까? 이런 우려는 현실로 다가온다. 2023년에 이르면  고졸자가 40만명인데 지금처럼 대학입학정원이 57만명 가량 된다면 많은 대학들이 학생없는 유령대학이 될 게 뻔하다. 따라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학과조정을 통해 대학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구조개혁의 칼날을 피하려고 온 갖 전략을 짜고 있다. 그래서 요즘 충청도의 대학들이나 전국의 대학들이 구조개혁평가에 대비하여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떻게 하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 하는 대학들의 고민이 날로 커가고 있다. 이번 구조개혁법에 의하면 교육 여건이나 성과, 학사 관리, 학생 지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학생들의 취업률이나 성적의 상대평가도 포함됐다. 지방대학들은 사실 취업도 어려운 마당에 학생들의 성적도 상대평가로 낮게 주어 학생들이 불만도 높다. 교수들도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동본서주하고 있다. 필자도 작년 3명의 학생들을 취업시켰는데 마음고생도 컷다. 연구는 뒷전이다. 문제는 연구항목이 평가항목에서 빠져있어 교수가 연구를 게을리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국가경제가 살고 대학이 살려면 과학기술 등 연구능력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천재가 수백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큰 과학기술의 연구가 대학에서 활화산처럼 폭발해야 한다는 것을 정부도 인식해야 한다. 인문학의 고사라는 말도 사실 연구능력을 하챦게 여기는 우리사회 풍토의 결과이다. 연구의 기초가 인문학이고 인문학의 뒷받침이 있어야 형이하학의 발전이 오지 않겠는가?

 
이번 구조개혁법이 서울 소재대학을 살리고 지방대학이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다. 이명박 정부때 부실대학 퇴출이라는 극약처방을 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부실대학 지정을 해제하여 연명시키는 정책을 씀으로써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퇴색됐다.  앞으로 대학이 살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길은 무엇인가? 먼저 평가항목의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정성평가 · 정량평가 방식의 구체화와 투명화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생들이나 교수들의 연구시설, 학생시설도 중요하다. 도서관,기숙사 등도 중시해야 한다. 학생들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바람이다. 두 번째는 부실대학은 퇴출하되 경쟁력있는 지방대학은 선별하여 집중 지원해야 한다. 지역균등발전전략에 따라 지방대학을 육성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부실 지방대학까지 살려줄 필요는 없다. 학생이나 학부모 국가에 큰 피해를 끼치는 부실대학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다.

세 번째는 전문대학의 4년제화 같은 지방대학육성정책은 근본적인 대학발전을 저해한다고 본다. 전문대학의 본래 목적은 전문기능인을 배출하는 것인데 4년제와 별반 다르지 않게 수업연한이나 늘림으로써 구조조정의 여파를 피하려한다면 산업현장에 필요한 전문인은 누가 담당한단 말인가? 고비용 취업교육으로 학생들만 고통을 주고 고등교육정책의 혼란을 가져온다면 지방대학이나 전문대학은  모두 도태되고 말 것이다. 국회와 교육부는 대학의 순기능을 인식하되 역기능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