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지난 주말 ‘상당산성옛길’을 찾았다.
이곳은 청주시가 ‘명품산책로’로 자부하며 지난해 16억 원을 들여 보행자 중심의 생태휴식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선물한 곳이다.
명암약수터에서 상당산성 고개까지 2.5㎞에 이르는 이 곳은 생각보다 완만한 경사와 길을 따라 많은 종류의 수목들과 꽃들이 식재돼 있어 맑은 공기와 꽃향기로 어우러진 멋진 산책로였다. 또 수목에 대한 설명도 잘 돼 있어 아이들의 생태학습 장소로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코스는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힐링길’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회생길’, 지역성 회복을 위한 ‘흔적길’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됐으며 소나무 등 60여 종 7만9000여 본의 화초와 나무로 꾸며져 있었다.
전체 구간의 관문인 힐링길에는 상당산성을 상징하는 게이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석재 조형물과 나눔 쉼터 등이 마련돼 있었고 회생길에는 돌과 꽃, 나무로 계절감을 연출한 암석원, 생물종 다양성 회복을 위한 습생식물원, 샘터, 만남쉼터 등이 마련돼 있었다. 또 세 번째 구간 흔적길에는 자작나무 쉼터, 명암정, 전망대, 화목생태원 등이 들어서 있었다.
모처럼 자연을 만끽하며 차 없는 도로를 걷다 보니 기분이 무척 상쾌했고 길 이름처럼 힐링과 회생을 하며 내려올 즈음 멀리서 50~60여대의 자전거 무리가 올라오고 있었고 잠시 후 이들에게 급히 길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자전거 동호인들로 보이는 이들은 도로 전체를 전세 낸 듯 웃고 떠들며 라이딩을 즐겼고 이들이 다 지나갈 때 까지 도로 안쪽 쉼터에서 몸을 피해야만 했다. 이들이 다 지나간 후에야 다시 길 위로 나올 수 있었지만 자전거 무리들이 또다시 지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허둥지둥 발걸음을 재촉하느라 이전의 평온함은 다시 찾을 수 없었다.
산책로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엔 분명 오토바이는 물론, ‘자전거를 탈 수 없고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라이딩 코스로 전락된 지 오래다. 더욱이 굉음을 내며 떼지어가는 오토바이까지 이 곳을 이용하고 있어 안전사고 위험도 우려되고 있다.
명품은 관리가 생명이다. 관계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꾸준히 사랑받는 진정한 명품산책로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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