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지역 확대 등 조례개정 염두하고 있다"
의료계 "지역의료시장 교란·세금 역외수출" 반발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존폐의 갈림길에 선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새 수탁자 찾기가 난항을 겪으면서 청주시가 1차 공모에 신청자가 없을 경우 2차 공모에서 공모범위 확대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17일 열린 7회 청주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 답변에서 "1차 공모에서 신청자가 없거나 적격자를 찾지 못하면 (민간위탁)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조례 개정을 염두고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또 "(공모 대상) 지역 확대, 법인까지 (응모) 자격 요건 완화 등을 놓고 2차 공모 이전에 의회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부연했다.

청주노인벼원 태스크포스(TF) 한 관계자는 "노인전문병원 민간위탁운영자를 전국 공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1차 공모가 무산되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병원 수탁자 전국 공모는 시민단체 일각에서 제기돼 온 이슈다.

1차 공모의 신청서 접수일은 오는 20일이다. 그러나 신청서 교부 마감 기한이었던 지난 15일까지 신청서를 받아간 의료법인 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1차 공모 무산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시의 신청 자격·조건 등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는 민간위탁운영자 공모 신청자격으로 ‘청주시’에 있는 요양병원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운영자, 내과·신경과·신경외과·정신과·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청주지역 의원에서 5년 이상 일했거나 이들 과목 의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정했다. 신청조건으로는 재정능력과 함께 노인성 질환 등 위탁사무에 대한 전문성, 경영능력, 책임성과 함께, 특히 ‘현 근로자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노사갈등의 여파가 남아있는데다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새 운영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모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반면 청주노인병원 운영자 전국 공모 검토에 지역 의료계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인은 "시노인병원은 시민 세금으로 추진한 지역의 재산인 만큼 전국 단위로 공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여건만 조성해주면 이 병원을 흑자 구조로 바꿀 수 있는 능력 있는 의사들이 지역에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주노인병원은 환자가 아니라 노동조합 위주로 돌아가는 듯하다. 그래서 지역 의료인들이 선뜻 응모하지 않는 것"이라며 "노조, 시민단체, 청주시가 병원 정상화를 위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역 의료계는 민간 노인병원이 충분한 상황에서 외부 의료기관 등이 진출하면 지역 의료시장이 교란될 수 있고 세금도 역외유출되는 셈이라며 물밑에서 전국 공모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청주시의사회는 전국 공모가 공론화할 때 공식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전국 공모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외부인이 공공성 강화보다 영리 추구를 우선시해 병원을 위탁 운영하면 이전과 같은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주노인병원은 체불임금 지급과 근로제도 변경 등을 놓고 지난해 3월부터 노사갈등을 빚어왔으며, 이 병원 위탁 운영자인 한 씨엔씨재활요양병원장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투쟁, 적자 지속 등 경영난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19일 위탁 운영 포기를 선언했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시는 정원문제와 민간영역에서의 노인치료·요양수요흡수·노사분규 가능성 등을 들어 직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만일 2차 공모에서도 응모자가 나서지 않을 경우 청주노인병원은 폐쇄절차를 밟게 된다.

이와 관련, 충북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범시민사회와 노동계, 의료계, 시의회, 시가 참여해 노인병원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합리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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