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박 종 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慰安婦) 강제 동원에 대하여 사죄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역사왜곡의 행보를 계속함으로써 한국을 분노케 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역사교과서에 담긴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을 고치겠다고 호언함으로써 미국의 역사협회 소속 학자 19명이 반박성명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역사학자들은 성명에서 “일본 정부문헌에 정통한 요시미 요시하카 일본 중앙대학의 연구와 아시아 생존자들의 증언은 국가의 후원 하에 이루어진 성노예에 준하는 시스템의 본질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많은 여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징집되었고 아무런 이동의 자유가 없는 최전선의 위안소로 끌려갔다” 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극단적 보수주의자’ 및 ‘동북아의 문제아’로 비난 받고 있는 아베 신조를 맹공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영문판 일본군 위안부 소설인 ‘용의 딸들(Daughters of the Dragon)’을 펴낸  미국 작가 윌리엄 앤드루스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은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은 용서받을 수 없는 끔찍한 범죄행위라면서 아베 총리는 이를 인정함은 물론 이를 사죄한 과거 고노담화의 정신을 더 이상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다.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더 나아가 “위안부 강제 동원 여부에 대한 판단은 역사학계에 맡겨야 한다”는 말로 역사적 사실을 배척하고 왜곡을 일삼는 아베 총리의 반역사관을 공격하고 이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는 일본이 1931년(9.18) 만주사변을 일으킨 이후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한 1945년까지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설치한 위안소에 강제 동원되어 일본군의 성노예(미국의 힐러리 전 국무장관 표현)로 생활한 3만~40만 여명의 여성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한국에는 현재 53명의 생존자들이 남아 있다. 일본이 전쟁터에 위안소를 설치하고 자국의 승리를 위하여 갖가지 감언, 사기, 협박 납치 등으로 국력이 약한 주변국들(한국, 중국, 인도네시아)을 속이고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일본군들의 성적 도구(1명이 1일 300명 이상 상대)로 삼은 것은 고귀한 인권의 존엄성을 짓밟는 반 인권적 행위이다.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내동댕이치는 후안무치한 행동인 것이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야만행위인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은 천하가 다 알고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살아있는 사실이다. 그런대도 일본의 아베 총리는 국정최고책임자로서의 품격에 맞지 않게 갖가지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600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하여 전 세계를 경악케 한 독일히틀러의 잘못에 대하여 몇 번이고 정중히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독일 국정최고책임자인 메르켈 총리와 정 반대되는 국제양식일탈 행위이다. 이는 인류와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국가최고지도자이고 세계정치의 리더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동인 것이다. 아베 총리 자신을 넘어 자국을 ‘정의가 없는’, ‘영혼이 없는 나라’로 전락시키는 매국행위인 것이다.

아베 총리의 귀에는 꽃다운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 청춘을 몰수당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희생당한 위안부들의 원성과 통곡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일본의 역사가들이나 양심세력들이 인정하고 있는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억지를 쓰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만행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인들은 일본이 아직도 한국을 35년간 식민통치한 옛 침략주의의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경제대국, 강대국답게 국가로서의 품위와 금도를 지켜야 한다. 엄연한 사실에 근거한 역사를 왜곡하는 반 국제적 행동을 멈추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에 상응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떳떳하고 정정당당한 국제사회 일원이 되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과 독도의 한국영유권 등에 대하여 억지주장을 거두고 정직하게 인정하면서 정중히 사죄하여야 한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진실한 역사가나 양심세력이 있어 아베 총리의 역사 왜곡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일본은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가서 겪은 살인적인 고초를 떠 올리며 병상에서 눈을 감지 못한 채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2015. 2.11) 한국 김 할머니(후미코)의 한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대로 상대방 국가가 “이제 됐다”고 할 때 까지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본을 정상국가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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