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이완구 국무총리가 이번 주에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주말까지 사퇴 요구에 대해 이 총리가 분명한 거부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해임건의안 제출 일정에 돌입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야당은 대부분 총리 해임건의안을 찬성하는 입장인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서도 총리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상당해 해임 건의안이 처리될 수도 있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이 총리의 사퇴촉구도 더욱 거세졌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임효림 상임대표는 20일 오전 8시부터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출근하는 세종청사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이완구 총리 퇴진 및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릴레이 1위 시위를 벌였다.
이날 임 대표는 ‘청문회 거짓 해명의 달인’, ‘의혹 말 바꾸기 1인자’, ‘국민 우롱하는 거짓말 국무총리는 세종청사 수장 자격이 없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퇴진하고, 검찰의 엄정수사에 임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세종참여연대를 비롯한 충청권 시민단체는 이 총리가 사퇴할 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하기로 했다.
‘성완종 리스트’는 단순히 정국을 강타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강타하고 있다. 이 리스트 공개 이후 이 총리의 말 바꾸기와 부적절한 언행이 자신에 대한 신뢰 상실을 자초한 셈이다.
더 이상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모르쇠로 사건의 진위를 밝혀보라고 버티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총리직에 오를 수 있도록 적극 나섰던 충청인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 총리는 87년 민주화 이후 충청권에서 발탁된 6번째 총리다. 노태우정부에서는 홍성 출신 이현재, 김대중정부에서는 부여 출신 김종필, 김영삼정부에서는 예산 출신 이회창, 노무현정부에서는 청양 출신 이해찬,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주 출신 정운찬씨가 총리 자리에 올랐다.
이 가운데 노무현정부 시절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하며 내각을 쥐락펴락했던 이해찬 전 총리는 ‘3.1절 골프 파문’으로 취임 1년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회창 전 총리는 헌법에 위임된 총리로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 하다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의 ‘충돌’로 취임 4개월 만에 자진 사임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지지 발언으로 인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역점을 두고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의 부결로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10일간의 해외 순방을 떠나면서 돌아와서 국무총리를 해임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3000만원의 수수 의혹과 관련한 진위와 관계없이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총리로서의 리더십은 사실상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상처가 났다.
이 총리는 이런 점을 지각해 하루빨리 사퇴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나라의 살림을 조정하고 살피는 일을 하는 총리로써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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