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차기 충청권 맹주이자 대권 주자로도 거론됐던 이완구(65) 국무총리가 20일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더군다나 과거 시국 사건의 여파로 물러난 총리와 달리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것은 이 총리로서 뼈아픈 대목이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2월16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거쳐 총리 인준 표결을 통과할 때만 해도 '포스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로 통할 만큼 각광을 받았다.

비록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신과 차남의 병역, 재산 형성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충청권을 대표할 인물이라는 데는 정치권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실제로 야당은 인준 과정에서 이 총리 임명에 부정적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충청권 민심을 의식해 주춤하며 끝까지 막아서지는 못한 측면이 있다.

이 총리는 40년 공직 생활을 거치며 정치는 물론 경제, 치안, 지방 행정 분야까지 두루 섭렵한 흔치 않은 이력을 지녔다.

지난 15∼16대 국회에서는 재선 의원을 지냈으며, 이후 2006년 3선에 도전하는 대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으로 충남지사에 도전해 당선됐다.

이후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자 지사직을 전격 사퇴해 중앙 무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야인이 된 이 총리는 2012년 4·11 총선을 통해 정치 재개를 노렸으나 그해 1월 다발성골수종 판정을 받고 꿈을 접어야 했다.

정치 생명이 아니라 그야말로 목숨이 위태로운 위기를 극복하고 2013년 4·24 재보선에서는 무려 8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 불굴의 의지를 보였다.

이 총리는 공직에 입문해서도 출세가도를 달렸다.

행정고시에 합격해(1974년)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에서 잠시 근무하다 치안 분야로 자리를 옮겨 최연소(31살) 경찰서장과 충남·북지방경찰청장을 지내며 항상 앞서 나갔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의 종착점은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정치권에 화려하게 재입성해 승승장구하던 이 총리는 2년 만에 드라마틱한 정치 역정을 일단 접어야 할 운명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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