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억만장자의 길이 보장된 미국프로야구(MLB) 메이저리거와 달리 마이너리거의 삶은 흔히 '눈물 젖은 햄버거'로 상징된다.

버스를 타고 하루 10시간의 이동은 기본이다.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해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배를 채워야 한다.

전용기로 원정지를 이동하고 클럽하우스에서 풍성한 음식을 즐기는 메이저리거와 비교하면 삶의 질은 천양지차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가 22일(현지시간) 전한 내용을 보면, 마이너리거의 알려진 것 이상으로 비참하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미국 직장인 최저 연봉이 1만 5천 달러라면 마이너리거의 평균 연봉은 그 절반인 7천500달러(약 809만원)에 불과하다.

올해 개막전 로스터 기준 메이저리거의 평균 연봉이 사상 최초로 400만 달러를 넘어 425만 달러(45억 8천만원)에 이른 것에 비춰보면 마이너리거의 몸값은 메이저리거의 566분의1 수준에 머문 셈이다.

MLB 사무국은 마이너리거의 평균 연봉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에 이를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장 낮은 단계인 루키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한 달 평균 1천100달러, 싱글 A 선수는 1천250달러, 더블A와 트리플A 선수는 각각 1천500달러, 2천150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거가 거부의 상징이 된 것은 1976년 도입된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덕분이다. FA를 통해 선수들은 구단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FA 제도 도입 이후 메이저리거의 연봉은 무려 2천%나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마이너리거의 연봉은 물가 상승률(400%)에도 크게 못 미치는 75% 오르는 데 그쳤다.

급기야 뿔이 난 마이너리거 34명은 지난해 2월 MLB 사무국, 버드 셀리그 당시 MLB 커미셔너와 30개 구단을 상대로 선수로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고, 이는 연방법 위반 사안이라며 소송을 걸었다.

재판은 2017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 MLB 사무국은 "연방법과 주(州) 법이 규정한 최소 임금과 초과 수당은 프로야구 선수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프로이기 때문에 선수가 메이저리거로 성공하려고 일과 후 스윙 훈련을 한다고 해서, 선수들이 연장전을 뛴다고 해서 이들에게 초과 수당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답했다.

또 대다수 아마추어 선수들이 신인 지명을 받아 MLB 구단과 계약할 때 계약금을 챙긴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일반인과 여러모로 조건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뉴욕에 있는 제2순회 항소법원도 프로야구 선수를 일반 직장인과 같이 볼 수 없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마이너리거들의 소송을 대변하는 변호사 개럿 브로슈스는 이들이 다른 노동자처럼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없다 하더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재판에서 이를 강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메이저리거처럼 강력한 노조가 없는 마이너리거들이 지금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영양상 더 나은 음식을 섭취하도록 여론을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외야수 커티스 그랜더슨은 "우리가 미국에서 뛰는 한 최저 임금은 필요하다"면서 "결코 많은 돈을 마이너리거에게 줘야 한다는 게 아니라 최저 임금은 선수 생활과 가정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마이너리거의 처우 개선 움직임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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