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2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2차전 9회말, 쉽게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5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 투수 문경찬이 역투하고 있다. 2015.4.5

5-7로 끌려가다가 2사 2루 마지막 기회에서 최희섭의 적시타로 한 점을 쫓아간 KIA가 발이 느린 최희섭을 대신해 내보낸 1루 대주자는 다름 아닌 투수 문경찬이었다.

문경찬이 대졸 신인인 터라 지난해까지 아마추어 무대에서 타자를 겸했기에 아무래도 최희섭보다는 빠를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한 수였다.

비록 2사 만루까지 끌고 간 승부에서 차일목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글러브로 향해 경기는 6-7, KIA의 패배로 끝났지만 KIA 벤치가 얼마나 절박한 심경으로 경기에 임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KIA는 앞서 9회초 수비에서도 흥미로운 포메이션 이동을 선보였다.

1사 1, 2루 위기를 맞이하자 KIA는 오승택 타석에서 중견수 김호령을 우익수로, 우익수 나지완을 좌익수로, 좌익수 김다원을 중견수로 옮겼다.

오승택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짐 아두치가 들어서자 KIA는 다시 김호령을 좌익수로, 나지완을 우익수로 바꿨다.

한 이닝, 두 타석 사이에 외야가 분주하게 움직인 것이다.

아두치가 2루수 땅볼에 그치면서 KIA의 외야 수비 변경이 낸 효과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좌측 타구의 타율이 0.556에 달하는 오승택과 우측 타구 타율이 0.455에 이르는 아두치의 성향으로 미루어 볼 때 KIA는 이날 1군 데뷔전을 치른 신인 김호령에게 위험한 타구가 가지 않게끔 조치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KIA는 21일 롯데전에서는 8회초 등판한 심동섭이 2루타를 맞자 곧바로 마무리투수 윤석민을 올려 경기를 매조지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정규시즌 초반의 경기에서 나타나는 절박함 덕분에 KIA는 약체로 지목됐던 시즌 전 전망을 뒤로하고 지금까지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9승 10패로 선두 삼성 라이온즈(14승 5패)에 5경기 뒤진 공동 6위에 올라 여전히 상위권 도약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22일 접전 끝에 분패한 KIA 김기태 감독은 "어려운 경기에서 끝까지 잘 싸웠다"는 한 마디로 선수들의 노력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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