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특검' 논의폭 좁혀…논의 구체화하면 수사 빨리질 수도

(동양일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특검을 통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은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밝히면서 특검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특검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라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특검 수사는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검찰 안팎에서도 이번 사건은 결국 특검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부 나왔었지만, 예상보다 특검 도입이 빨라질 수도 있어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여야는 그간 특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여당은 2014년 시행된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을, 야당은 새 특검법을 요구했다.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온도 차를 보여왔다.

이날 문 대표도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서는 "특검의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는 그런 특검"을 요구했다. '상설특검이 아닌 다른 특검'인 셈이다.

여야가 이런 시각차를 극복하고 어느 쪽이든 특검 도입에 합의한다면 검찰로서는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특검 자체가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의심받을 때 도입하는 제도인데다 특검 도입 속도에 따라 검찰 특별수사팀이 수사를 다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수사를 특검에 의해 '검증'받는 처지에 놓이는 셈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팀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결국 이중으로 수사를 하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11번의 특검 가운데 수사 도중 특검법이 제정된 경우는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과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 등 2차례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아도 광범위한 의혹에 비해 빈약한 증거, 부족한 시간과 싸우며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던 검찰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 있다.

검찰은 "수사는 수사 논리대로 풀어가겠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특검 도입 논의 전개 상황에 따라 수사방향에도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

기존에는 제기된 의혹들을 중심으로 기초 증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과거 동선을 복원하면서 수사 범위를 차츰 좁혀나갔다면, 앞으로는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중요 의혹을 먼저 규명해나가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완구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등 일부 구체적 정황이 거론된 인사들을 중심으로 수사가 가속화되고, 메모속 인물 중 일부가 소환되는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

여야가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에 합의한다면 '성완종 리스트'가 이 법에 따른 첫 특검이 된다.

상설특검은 사안마다 특별법을 제정한 기존 특검과 달리 필요한 경우 국회 본회의 의결이나 법무부 장관의 판단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제도다. 2014년 6월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가동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회 본회의에서 상설특검을 의결하면 대통령은 특검후보추천위에 후보자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 국회가 추천하는 인사 4인 등 7인으로 구성된 특검추천위는 5일 이내에 2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3일내에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특검은 임명된 날부터 20일간 수사에 필요한 준비를 거치고, 이후 60일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다만 기간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30일까지 한차례만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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