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충북도,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공동 기획

▲ 민장기 대표를 비롯한 제천운수 직원들이 교통안전체험여행 중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동양일보는 24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충북도내 가족친화인증기업·기관을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가족친화인증기업 탐방’을 연재한다. 가족친화경영을 하는 기업·기관들의 사례를 통해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는 직장문화를 확산하고자 마련되는 이번 특별 기획 연재는 충북도,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와 함께 진행된다.

승차는 자신의 생명을 그 누군가에게 잠시 맡기는 일이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기사는 자신의 가족처럼 안전하게 승객을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할 의무가 있다. ‘버스 운행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라는 작은 생각으로부터 제천운수(주)의 가족친화경영은 시작됐다. 70여명의 직원을 둔 지방의 중소기업인 이곳에서 교통 문화의 흐름을 바꾸는 작은 혁명이 일고 있다.

제천운수는 충북도내 운수업체 중 유일한 가족친화인증기업이다. 이곳에서는 에코드라이빙을 통해 절감한 비용으로 가족친화경영을 하고 있다. 차량에 장착된 디지털 타코미터를 통해 속도 및 rpm, 급제동, 급출발 등을 정확한 데이터로 출력하도록 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서 필요 없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먼저 운전기사들의 운행속도를 시속 70km 이하로 제한하고, 잘못된 운전습관을 고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했다. 제도는 이상적이었지만 시행 초기, 20년, 30년의 운전경력을 가진 이들에게 오랜 습관을 바꾸게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속도 제한으로 이동시간이 길어지니 시민들의 불만도 많았다. 공감대를 끌어내고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선진지 에코운행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시내버스로 이동하며 교통질서를 익히게 한 이 프로그램은 10명씩 7회에 걸쳐 진행됐다. 이후 제주도, 우도, 변산반도 등에서 교통안전체험여행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민장기 제천운수 대표는 “긴 시간 함께 산행을 하거나 걷다 보면 서로의 마음이 열려 진실한 내면의 이야기까지 끌어낼 수 있었다”며 “대부분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을 중심에 두고 경영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코드라이빙 실시 이후 교통사고율이 전년 대비 45% 감소했고, 대형교통사고 발생이 줄어 교통사고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월부터는 전 직원이 시속 65km 이하로 운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절약한 비용은 고스란히 본인들에게 돌아간다. 제천운수의 전 직원은 각각 가족친화통장을 하나씩 갖고 있다. 회사에서는 에너지를 절감한 비용을 이 통장을 통해 가족친화자금으로 돌려주고 있다. 가족친화자금을 가족의 생일, 행사 등에 사용하고 통장내역을 공개하면 사용금액의 일부를 피드백 해 지급하기도 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를 둔 직원들도 학비 부담이 없다. 자녀의 재학증명서와 학자금 영수증을 회사에 제출하면 고등학생의 경우 전액, 대학생은 50%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건강검진 시 일부 보조하고, 금연운동에도 자율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월 10만원씩 금연적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1년 후 금연에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다. 또한 탄력근무제도 운영으로 경조사 등 발생 시 운행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제천시에서 처음으로 여성 운전기사를 채용한 운수업체이기도 하다.

민 대표는 “여성 운전기사의 채용이 당시 지역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며 “여성분이 오시면서 딱딱했던 분위기가 무척 부드러워졌다. 우리 회사는 여성분들에게도 얼마든지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근로자 본인 및 배우자 출산지원, 회사 소유 휴양 시설 이용, 가족사진콘테스트 개최, 주말 가족 농장 분양 등의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민 대표는 “버스 운전기사는 항상 긴장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며 “영세한 업체라 많은 돈이 들어가는 제도를 시행하지는 못하지만 직원들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제천운수에서는 이직률이 급속히 감소하고 구직자도 눈에 띄게 느는 등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근로자와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 가족친화인증제도의 취지에 부합한 결과였다.

민 대표는 “일일 디지털 타코일지를 매일 작성하고 있다. 처음에는 과속이 하루에 20건이 넘게 있었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해 가끔 프로그램이 고장 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라며 “덕분에 운행시간이 더 걸려 휴식시간이 줄기도 하지만 취지에 이해해주고 따라주는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아라>

제천운수는?

충북 제천시 장락동에 위치한 제천 시내버스 운수업체다. 제천시에서 최초로 설립된 시내버스 회사로 1969년 9월 17일 시내버스 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입석, 삼곡 등 8개 노선 운행을 개시했다. 현재 34대 136개 노선으로 1일 1414회 운행하고 있다. 시내버스 운수 업체로 세계 최초로 ISO 9001과 14001환경인증을 획득했으며, 2013년 가족친화우수기업 인증(여성가족부)을 받았고, 지난해 교통안전 최우수기업(국토교통부)으로 지정됐다. 2012년 10월 기존의 구형 타코미터를 디지털 타코미터로 교체하고, 에코드라이빙을 실시하고 있다. ‘함께하는 행복버스’라는 미션 아래 일과 삶의 균형, 행복한 가정을 목표로 근로자들에게 복지를 지원하고, 가족관계 증진을 위해 최고 경영자가 함께 참여해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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