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 방식' 3-2공구 사업서도 짬짜미

(동양일보) 지난해 검찰이 기소한 대형 건설사들의 호남고속철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해 일부 기업들이 추가로 담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호남고속철도 3-2공구 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D건설사 등 5개 국내 대형 건설업체를 적발, 이들 회사의 임직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2008년 1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3-2공구' 입찰에서 낙찰받을 업체를 미리 선정하고 다른 건설사들이 입찰 가격을 높게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짬짜미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부터 추진된 호남고속철도 건설 공사는 길이 184.5㎞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공사로 사업비가 8조3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검찰은 호남고속철도 공사 19개 공구 중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13개 공구에서 담합이 일어났다는 정황을 포착, 대형 건설사 법인 14곳과 해당 회사의 영업담당 임원으로 근무한 14명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번에 추가로 적발된 피의자들은 설계가 완료된 상태에서 시공만 하면 되는 최저가 낙찰제가 아닌 시공자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맡는 '턴키 방식'으로 입찰이 이뤄지는 3-2공구에서 담합했다.

최저가 낙찰제에서는 입찰할 때 비용이 따로 들지 않지만, 턴키 방식에서는 입찰을 위해 수십억원의 설계비가 들기 때문에 수주하지 못할 경우 부담이 크다.

이에 D사는 사업을 양보하면 자사가 진행하는 수백억원 규모의 다른 공사 지분을 양도하거나 하도급을 주겠다며 입찰에 참여한 다른 4개 건설사 임원들을 설득했다.

다른 건설사 임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자 D사는 입찰가를 공사 예정가의 82.76%인 2천233억원으로 정한 뒤 다른 기업들에는 이보다 높은 84∼86%(2290억∼2340억원)로 적어내라고 사전에 알려줬다.

D사는 사전에 결정한 입찰액을 다른 기업들이 적었는지 한국철도시설공단 입찰실 앞에서 내역서를 확인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별도 공사를 담합 대가로 제시했다는 면에서 여러 공구를 서로 나눠 먹기 했던 최저가 낙찰제 공구 사건과는 다르다"며 "입찰로 진행되는 사업의 평균 낙찰률이 예정가격의 약 70%라는 것을 감안하면 D사는 공사 예정가인 2698억원의 12.76%인 340억원 가량의 이득을 챙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담합 사건에 연루된 업체들은 4대강 사업, 호남고속철도 다른 공구 건설에서도 담합행위로 처벌받았거나 현재 재판 중"이라며 "처벌로 인한 피해보다 담합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계속해서 담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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