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같은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에 봉사의 손길 내미는 사람들

▲ 청주시 문의면 산덕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자장면‘ 활동 모습.

 

(동양일보=조아라 기자) 소박하지만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진심 어린 기쁨을 안겨 주는 들꽃 같은 이들,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들꽃지기 봉사단이다.

들꽃지기 봉사단은 지난 2006년 유기준 회장, 연현숙 사무국장 등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온 10여명이 뜻을 모아 창단했다. 현재 3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장애인 나들이, 경로잔치, 장학사업, 사랑의 연탄나누기, 집수리, 환경 정화 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충북재활원 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나들이 활동은 7년 전부터 매월 한 번씩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원생들과 회원들이 일대일로 짝을 지어 바깥 나들이를 다녀오는 것이다. 그동안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진천종박물관, 미동산수목원, 대청댐, 문경새재 등을 다녀왔다. 충북재활원 뿐 아니라 청주 소망의집, 은혜의집, 베데스다의 집,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 등을 찾아가 목욕, 청소, 식사 제공 등의 활동을 하고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환경 정화 활동도 수시로 한다. 주로 무심천, 우암산 등을 주로 찾는데, 그저 인근의 쓰레기를 줍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화를 신고 직접 강물 속에 들어가 적체된 쓰레기를 수거한다. 지난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는 현장을 직접 찾아 기름 제거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매년 노인의 날(10월 2일) 마다 개최하고 있는 ‘9988 한마음 큰잔치’는 들꽃지기 봉사단의 연중 가장 큰 행사다.

유기준 회장은 “노인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이 따뜻한 밥 한 끼 드실 데가 마땅치 않아 안타까웠다”며 “하루 만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드시고 축제를 즐기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청주 용암1동 망골공원에서 상당구 65세 이상 노인 2000여명을 초청해 행사를 가졌다. 모범장수노인을 선정해 시상하고, 참석자 전원에게 점심 식사와 기념품을 제공했다. 올해 노인의 날에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들꽃지기 봉사단은 순수하게 회원들의 자비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금 없이 회원들의 특별회비만으로 행사를 꾸려갈 수 있는 것은 뜻 있는 이들의 재능 기부 덕분이다. 지난해 부대행사로 박현자씨 등 4명은 무료로 이·미용봉사를, 청주 프라임병원은 관절·고밀도 무료 검사를 실시했고, 청주 참좋은치과는 칫솔치약세트를 제공했다. 천맥예술단, 초대가수 전수정씨 등도 모두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내놓았다.

 

▲ 들꽃지기 봉사단은 매달 충북재활원을 찾아 나들이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연현숙 사무국장은 “예산이 많이 드는 행사이지만 큰 어려움 없이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봉사단을 위해 인적, 물적으로 지원해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이라며 “차 봉사라도 하고 싶다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찾아가는 자장면 봉사활동은 특히 시골 주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자장면 배달이 안 되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특별한 기쁨을 선사하고자 시작한 활동이다. 자장면 기계를 구입해 현장에서 즉석에서 면을 뽑아 만드는 자장면은 그 맛이 일품이란다.

매년 저소득 가정의 학생 4명을 선정해 교복을 지원하고, 겨울이면 청주시 각 동주민센터와 자원봉사센터 등을 직접 찾아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세대를 발굴해 연탄을 전달하기도 한다. 조손가정과 경로당을 찾아 지붕 수리를 하거나 도배, 장판 교체를 하는 등 집수리 봉사도 하고 있다.

이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실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봉사를 하는 것이다. 봉사 활동을 실시하거나 물품 전달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수혜자를 직접 만나 실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사전 수요 조사를 하는 것이다. 매년 겨울이면 연탄 배달이라는 타이틀로 봉사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만약 대상자가 연탄 대신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면 연탄 대신 기름을 전달한다. 집수리 봉사를 할 때는 반드시 사전 상담이 필수적이다. 물품 보다 대화를 더 필요로 하는 경우라면 찾아가 기꺼이 말벗이 되어준다. 10년째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늘지고 구석진 곳에 있는 이들을 찾아 사랑을 전해주는 이들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지고 있었다.

 

 

유기준회장 연현숙 사무국장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처럼

“지역주민들에 사랑 실천할 것”

유기준(61·청주 양궁장 주유소 대표·사진 오른쪽) 회장과 연현숙(52) 사무국장은 들꽃지기 봉사단 창단멤버로 9년 간 단체를 이끌어 오고 있다. 이들에게 봉사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다.

들꽃지기 봉사단이 창단한 것은 지난 2006년 연 국장에 의해서였다. 여름이면 얼음물을 만들어 인근 노점상들에게 나눠주고,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김치를 담가주기도 하는 등 생활 속에서 봉사를 실천해 왔던 그는 보다 효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돕고자 봉사단을 창단하게 됐다. 연 국장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머릿속에 항상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혼자 보다는 여럿이 활동할 때 효과가 클 것 같아서 지역 내에서 꾸준히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말씀드려 봉사단을 구성하게 됐다”며 “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고 순수하게 회원의 회비로만 운영하다 보니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소중한 가치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성을 갖추고자 2007년 주성대(현 충북보건과학대)에 입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연 국장의 권유로 함께 봉사단을 창단해 10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 유 회장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봉사단을 이끌며 회원들의 어려움이 없도록 묵묵히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청주 용암1동 주민자치위원장, 한울라이온스 회장을 지내는 등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족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유 회장은 기꺼이 ‘아빠’가 되어준다. 그는 “충북재활원에 가면 항상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가 있다. “아빠 보고 싶었어”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내 아이처럼 마음이 애틋해진다”며 “한번은 봉사를 갔다가 조울증을 앓고 있는 한 아이에게 뺨을 맞고 눈물이 쏙 빠지게 아팠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연 국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으로 호스피스 시설인 정토마을에 봉사를 갔다가 50대 여성의 목욕을 시켜준 일을 꼽았다.

봉사활동을 갈 때마다 기대감이 들고 설레곤 한다는 이들. 돌아올 때면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받고 온다는 느낌이다.

연 국장은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늘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처럼 늘 같은 모습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지역 사회의 등불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들꽃지기 봉사단 회원 명단

 

△유기준(회장) △연현숙(사무국장) △김의영(감사) △이효영 △이태산 △최충진 △김기찬 △임영희 △김용식 △이효공 △박진우 △강사옥 △정일송 △정원석 △하태현 △조태기 △이태현 △하종호 △권영대 △임봉규 △임성묵 △홍월봉 △허순영 △박현숙 △유미영 △최수연 △조화정 △정미정 △김연희 △윤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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