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승객 퇴선 명령이나 퇴선 방송 지시를 하지 않고 탈출한 사실이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항소심을 진행한 광주고법 형사5부는 28일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승객 퇴선 명령이나 퇴선 방송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선장이 퇴선 지시를 했다고 판단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은 결정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퇴선 지시가 없었다는 판단을 근거로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살인죄를 적용, 징역 3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로써 세월호 사고 이후 논란을 불러일으킨 몇 가지 핵심 쟁점 중에 하나인 '퇴선 명령'과 관련된 부분은 다시 정리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장의 퇴선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근거를 네 가지로 들었다. 첫째는 선장과 선원들이 배를 탈출하는 순간에도 '선내 대기' 안내방송이 나왔다는 점이고, 둘째는 퇴선방송이 있었다면 당연히 따라야 할 후속 조치가 진행되지 않은 점이다. 세 번째 판단 근거는 선장의 진술과는 달리 중립적 위치에 있어 신뢰도가 더 큰 승무원, 직원은 '퇴선방송이 없었다'는 진술을 하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1심 판결에서 퇴선방송 근거로 삼은 2등 항해사와 진도 VTS의 교신 내용에 대한 해석을 달리했다. 당시 2등 항해사는 "지금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탈출을 시도하라고 일단 방송했는데 "라고 교신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승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퇴선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가 제시한 근거를 종합해 보면 '퇴선 명령은 없었다'는 판단은 매우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결론인 것으로 보인다. 이 선장은 이로써 더 무거운 형사책임을 지게 됐지만 그럴수록 아쉬움은 한층 커진다.
만약 선장을 비롯한 책임 있는 승무원들이 조기에 '퇴선' 판단을 내리고 적절한 퇴선 조치를 취했다면 어린 학생 등 304명이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을 거뒀을까. 적절한 퇴선 조치 시점을 놓쳤더라도 선장이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각오였다면 과연 이렇게 많은 인명을 잃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화를 삭이기 어렵다.
항소심 재판부는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대각도 조타'는 인정하지 않았다. 무리한 증·개축 등으로 복원성이 크게 약화된 세월호의 경우 5도 이상 조타하면 위험한 상태였지만 그 이상의 각도로 조타기를 움직여 침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부분에 대한 판단이다. 이는 항해사와 조타수의 운항 상 잘못이 사고 원인 중 하나였는지, 선박의 기계적 결함이 원인이었는지 현 상태에서는 단정할 수 없다는 판정이다. 결국 이 부분은 세월호가 인양된 이후에나 정밀 조사를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세월호 인양은 지금 나온 계획대로라면 재판이 끝나는 시점까지 완료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양된 세월호가 무엇을 증언하는지 엄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우리의 의무는 끝나지 않는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