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그마알드리치 “오송 투자와 무관” 반박

충북경자청 “투자협약 협의 안했다” 시인
실적쌓기 치중 무책임 행태에 대외적 신뢰 실추

(동양일보 김동진기자)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대규모 투자유치 협약 체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포함, 파문이 일고 있다.
충북경자청은 지난 27일 충북도청 소회의실에서 이란의 오리엔탈메디신 컨소시엄과 미국 시그마알드리치사와 20억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청주 오송에 전통의학공동연구소 설치를 비롯해 향후 10년간 임상실험기구와 병원을 설립하는 등 역대 투자유치 중 최대 규모다.
충북도는 이에 따라 오송에 유치한 이란의 전통의학공동연구소는 세계 1위 바이오연구기관인 시그마알드리치의 바이오 기술과 이란 컨소시엄의 자본 합작으로 설립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날 협약식에 박홍철 시그마알드리치 한국지사장도 참석한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충북경자청과 충북도의 발표를 의심하기 어려웠다.
전상헌 충북경자청장도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세계 100여개 국가에 판매망을 갖춘 시그마알드리치가 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협약에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그마알드리치 한국지사 측은 "이번 협약 체결과 관련,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지사 관계자는 "박 지사장은 단순히 협약식에 초청받아 축하해주러 갔을 뿐"이라고 전제한 뒤 "미국 국기가 걸려 있고 해서 많이 놀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그마알드리치는 이란의 오송 투자와 무관하며, 충북도와도 어떠한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제(29일) 충북경자청의 보도자료를 넘겨받아 살펴보니 시그마알드리치가 주도적으로 투자에 참여한 것처럼 돼 있어 굉장히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충북경자청도 뒤늦게 사실을 시인했다.
충북경자청도 지난 29일 시그마알드리치사 측의 항의를 받고 시그마알드리치를 투자 협약 대상에서 뒤늦게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경자청 관계자는 "박 지사장에게 (행사장에) 오셔서 사인만 해 달라고 부탁한 게 사실"이라며 "이란의 투자 유치를 추진할 당시 이봉희 시그마알드리치·가천대학교 공동재생의학연구소장에게 부탁해 시그마알드리치를 협약식 전면에 내세우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협약에 대한 협의를 하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봉희 소장과 협약식 문구까지 상의했지만 정작 시그마알드리치와는 투자 문제를 협의하지 못했다"고 자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SPC(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200만달러가 다음 달 말 이란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란의 오송 투자는 이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전 청장은 시그마알드리치가 충북도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실을 부인,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같은 충북경자청의 무책임한 허위 투자협약 발표는 충북도 행정에 대한 대외적 공신력을 크게 실추시켜 향후 투자유치 추진 과정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충북경자청 출범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 실적쌓기에 급급해 허위 투자협약까지 발표하는 무책임한 행태는 상호 신뢰와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협약 협의 특성상 기업들의 불신과 투자 재검토를 야기하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