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 어우러진 ‘목포의 소금강’ 유달산

▲ 유달산 정문 격에 해당하는 노적봉.

 

▲ 국립해양연구소에 전시돼 있는 유물들.

 

▲ 바위가 갓을 쓴 듯한 모습을 한 갓바위. 자연이 다듬은 형상이 독특한 한 편의 예술 작품을 연상시킨다. 천연기념물 500호, 목표 8경으로 지정돼 있다.

 

▲ 목포종합수산시장.

 

(이도근 동양일보 기자) 따스한 햇살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마음도 설레는 5월이다. 짧은 봄 햇살이 그리웠다면 이제는 여유롭게 봄을 즐길 차례다. 신록의 자연이 여행객을 유혹하는 5월은 걷기 여행이 제격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아 볼거리와 즐길거리 풍성한 여행을 떠나보자. 알찬 걷기 여행을 즐기려면 이달 목포로 눈을 돌려보자. 산과 바다, 문화와 역사를 관통하는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봄날을 즐기는 자신을 만난다.

 

▲ 유달산 둘레길에서 바라본 목포시.

 

▲ 유달산 둘레길에 있는 벚꽃산책로.

● 봄꽃 흐드러진 유달산 한바퀴

유달산(儒達山)은 야트막한 산이지만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목포의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린다.

‘목포의 상징’ 유달산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목포 8경 중 1경으로 ‘유산기암(儒山奇巖)’이라 불릴 정도다. 가수 이난영 선생의 유행가 가락인 ‘목포의 눈물’에 유달산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달산 중턱에 최근 타원형의 ‘둘레길’이 생겼다. 목포시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다. 기존 숲길을 최대한 원형 복원하고 숲길과 마을길·뚝방길·밭뚝길 등의 기존 길도 활용한 친환경 힐링길이다.

유달산 둘레길 1구간은 유달산 주차장에서 목포시사 0.7㎞에서 출발한다. 전망 좋은 대학루에 올라 세 마리의 학의 전설이 깃든 삼학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 목포의 숨겨진 보물을 은밀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휴게소의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동백숲이 보이고 목포의 유명한 시인들이 시문을 전시한 목포시사(木浦詩社)를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시의 명맥을 이어온 시사(詩社)라고 한다. 지금도 매년 봄·가을이면 이곳에서 한시백일장을 개최한다.

암릉 아래로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목표 8경의 하나인 ‘달성사’에 다다른다. 달사모종(達寺暮鍾 달성사의 저녁 종소리)으로 유명한 이 절에서는 목포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달성사는 목포에서 유일하게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다.

달성사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木造阿彌陀三存佛坐像 전남도유형문화재 228호), 달성사목조지장보살반가상(木造地藏菩薩半跏像 전남도유형문화재 229호)이 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둘레길 2구간은 목포시사에서 조각공원으로 향한다.

지난 1982년 조성된 조각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야외 조각공원으로 길여행 중 조각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조각공원에서 어민동산까지 1.1㎞ 코스를 3구간이라 부른다.

단풍나무, 은행나무, 튤립나무숲이 자리 잡은 이곳은 숲속으로 부드럽게 나 있는 곡선의 둘레길이 운치 있고 독특한 정감을 준다. 특정자생식물원 아래에 서있는 옛마을터의 철거민탑이 이채롭다.

어민동산에서 봉후샘까지 0.7㎞ 구간은 편백숲길, 코끼리바위, 봉후샘터가 자리 잡고 있다.

목포대교를 배경으로 목포와 신안의 다도해가 보이는 전망이 좋다. 코끼리바위에는 19개의 암벽루트가 있어 암벽등반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5구간은 봉후샘에서 아리랑고개 2.1㎞다. 너널겅의 돌틈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의 약수 맛이 그만이다.

아리랑고개의 너럭바위에 서면 목포대교 쪽으로 지는 낙조의 장관을 볼 수 있따. 유달산의 정상 일등바위와 마당바위, 관운각, 유선각이 가장 멋지게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아리랑고개에서 유달산 휴게소까지의 6구간은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1911년 일제강점기 축조된 2수원지 뚝방길 위에 데크를 설치해 조성됐다.

조용하고 한적한 산책로로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둘레길 끝의 ‘늘푸른솔처럼’ 갤러리에는 유명한 서예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마지막 구간은 유달산휴게소에서 다시 둘레길 출발지점인 유달산주차장까지 이어진다.

유달산 둘레길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쉬엄쉬엄 걸어도 편한 산책로다. 유달산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시원한 전망을 보려면 둘레길 중간에서 일등바위나 이등바위로 올라보는 것도 좋다. 중간의 샛길로 올라도 30여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 국립해양연구소에 전시돼 있는 옛 선박. 11∼14세기 고려시대에 침몰됐던 선박들을 인양, 복원해 전시해 놓고 있다.

 

● 산과 바다, 문화를 관통하는 길

목포 걷기여행은 유달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볍게 배낭하나 둘러메고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한발 한발 걷는 ‘갓바위 길’은 유달산과는 또 다른 목포를 만나는 즐거움이다.

걷기의 시작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앞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갓바위를 구경하고, 입암산을 오른 뒤 평화광장을 거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보면 된다.

간단해 보이지만 속내는 간단치 않다. 버릴 것은 버리고 우연한 발견의 즐거움을 느끼다보면 전부 다 보고야 마는 욕심에 가득 차게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려 신발 끈 질끈 매고 무작정 걷기 보다는 한 호흡 쉬어간다는 의미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먼저 둘러보자.

문화의 거리로 불리는 곳답게 해양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문화예술회관, 문예역사관, 자연사박물관, 생활도자박물관 등이 도로 하나룰 두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양문화재연구소는 목포 인근 해역에서 건져 올린 유물만을 모아 전시하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유물은 선박, 즉 배다. 이곳에는 11세기 고려시대 배인 ‘완도선’과 14세긴 중국 무역선이었던 ‘신안선’이 전시돼있다.

‘완도선’은 우리 전통 바다배로는 가장 오래된 실물 배다. 마르코폴로 등 서양여행가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중세 중국의 원거리 항해 무역선인 ‘신안선’도 인상적이다.

해양문화재연구소를 나와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해보자.

짧은 해안도로를 따라 방향을 잡으면 갓바위(천연기념물 500호)를 만날 수 있다. 갓바위 해상보행교는 총 연장 298m로 2008년 갓바위 감상을 위해 목포시가 설치했다.

일반 교량과는 다르게 교각 없이도 물에 뜰 수 있는 원리를 적용해 만든 다리다. 때문에 밀물과 썰물, 물결의 출렁임에 따라 갓바위 쪽으로 밀려오기도 하고 바다 쪽으로 떠내려가기도 한다.

해상보행교위에서 보는 갓바위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두 개의 바위가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갓바위라고 부른다. 사실 얼핏 봐서는 ‘갓바위’라기 보다는 투구를 쓰고 있는 장군 같기도 하다.

보행교 아래는 말 그대로 천연수족관이다. 교각이 없다보니 온갖 종류의 물고기를 볼 수 있다. 학꽁치나 전어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상보행교를 지나면 바로 유람선 선착장이 나오고 선착장 옆 달맞이 공원에서 두 갈래 길로 나뉜다. 왼쪽은 입암산 등산로, 오른쪽은 평화광장 해안산책로로 이어지는 길이다.

입암산부터 올라보는 게 순서다. 사실 입암산은 높이가 120m에 불과해 산이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야트막하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산이 낮으니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육산과 골산의 매력을 두루 갖춰 짧은 산행에도 두 개의 산을 오른 것과 같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산이다.

‘갓바위 등산로 입구’라는 계단이 입암산 등산로 들머리다. 계단을 오르면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이 펼쳐진다. 편하게 이어지던 길은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와 바위구간으로 갈라진다. 바위구간은 입암산의 골산으로의 매력을 느끼게 해 등산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막상 정상에 오르면 사위가 나무로 둘러싸여 능선보다 못한 전망을 보인다. 종주가 목적이라면 이로동 방면으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까지 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

정상 쪽이 아닌 암봉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영산강 하구둑에서 남항까지 목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암봉에 올라서면 비로소 정상다운 정상에 오른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내려오는 길은 입맛 따라 정하면 된다.

평화광장 해안산책로도 목포에선 빼놓을 수 없는 길이다.

유람선 매표소가 있는 해맞이 광장에서 영산강 하구둑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코스지만 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는데다 일부 구간은 산책 데크가 설치돼 마치 해변을 걷는 듯한 운치가 있다.

편도 1.6㎞인 평화광장 산책로는 낮보다는 저녁에 밤바다를 보며 천천히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걷기 마무리는 시작점이었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맞은 편 자연사 박물관이다.

지연사 박물관은 중앙홀을 포함해 지질관, 육상생명관, 수중생명관 등 8개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는 공룡화석부터 각종 포유류, 90여만종에 이르는 다양한 곤충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이다.

 

여행정보

● 유달산 둘레길

유달산주차장~목포시사~달성사~자생식물원~조각공원~어민동산~후샘 쉼터~낙조대~아리랑고개~학암사~유달산휴게소(총 6.3㎞).

 

● 가는 길

▷자가용

<유달산>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연산동사거리에서 목포시청방면 좌회전~동부관장사거리에서 목포방면 좌회전~목포역 교차로지나 노적봉로 우회전~노적봉주차장.

<갓바위>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석형삼거리~25호광장 전남도청방면~갓바위터널~갓바위문화타운.

▷기차=최근 호남고속철도(KTX) 개통으로 서울 용산~목포행 열차가 하루 9회(새벽 5시 20분~밤 9시 40분·3시간 30분 소요) 운행된다. 문의=코레일(☏1544-7788·www.korail.com).

 

● 동양일보 5월 길여행

‘가정의 달’인 5월 동양일보 길여행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목포를 찾아간다. 이번 길여행은 지극한 효성의 전설이 담긴 갓바위를 둘러본 뒤 포구의 애잔함을 담은 유달산 둘레길 트레킹과 목포 개항과 역사를 같이한 100년 전통의 어시장인 목포종합수산시장을 방문한다.

오는 16일 오전 6시 동양일보(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앞 출발. 참가비 3만8000원(버스비, 김밥·떡·생수), 중식은 포함 되지 않음. 신청·문의=동양일보 문화기획단(☏043-211-0001~2)이나 동양일보 길 여행 홈페이지(http://cafe.daum.net/d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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