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난 큰 놈을 잡을 거야

왕잠자리를 잡을 거야

호랑나비를 잡을 거야

장수풍뎅이를 잡을 거야

 

모과나무와 소나무 사이 공중에

거미줄을 크게 친 왕거미는

오늘 저녁도 꿈이 크다

 

어쩌니?

거긴 딱새 박새 언니들이

조잘조잘 날아다니고

직박구리 오빠들이 침을 찍찍 뱉으면서

돌아댕기는 길인데

 

어제도 찢기고 그제도 찢겼으면서

왕거미는 오늘 저녁에도

끙끙 영차

왕, 호랑이, 장수 잡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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