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50여만 원을 주고 구입해 어쩌다 인터넷검색을 하는 용도로만 사용해 오던 테블릿PC의 전원이 갑자기 들어오지 않아 수리를 받기위해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주차공간이 비좁고 불편했지만 청주의 유일한 서비스센터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서비스센터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수의 대기자들로 붐볐고 기다린 지 1시간을 훌쩍 넘긴 후에야 겨우 상담 받을 수 있었다. 오랜 기다림에 지치기도 했지만 잘 고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담당 엔지니어에게 제품의 상태를 꼼꼼히 설명했다.

반면 버튼을 몇 번 눌러보고 전원을 연결해본 엔지니어는 “일체형 제품의 특성상 제품을 분해할 수가 없어 더 이상 점검할 방법이 없다”며 “본사로 제품을 올리고 40여만 원을 결제하면 새 제품을 받을 수 있다”는 황당한 설명을 듣게 됐다.

신형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품가격 대부분을 지불하면서까지 구매할 이유가 없었기에 처음부터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 서비스센터를 찾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분명 제품의 이상을 확인하고 수리하는 곳이 서비스센터일 텐데 일체형제품이라는 이유로 근본적인 점검자체를 못한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더욱이 이 쓸데없어진 물건 때문에 2시간 가까이 기다린 것을 생각하니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멋진 디자인과 첨단 기능을 자랑하던 테블릿PC가 하루아침에 냄비 받침으로도 쓸 수 없는 쓰레기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만약 분해가 가능했더라면 부담 없는 수리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센터 구조는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닌 제품을 만든 기업의 경영방침이기도 할 것이다. 기업입장에선 타사 제품보다 더욱 얇고 가벼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일체형제품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고 서비스망의 인력과 비용을 최소화해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실리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완벽할 수 없는 제품이기에 제품의 결함이 없을 리 없고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최근엔 부담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사설 수리점을 찾았다가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은 엉터리 수리에 의해 2차 피해까지 보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은 신뢰가 생명이기에 소비자를 절대 우롱해선 안된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고 제품만족도를 높여 평생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소비자를 배려한 제품의 근본적인 구조개선과 더불어 서비스센터망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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