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와 MOU 추진 논란

국토부 “부적절” 권고에 “방해” 적반하장
충북도 “공정 경쟁 통해 경쟁 우위 증명해야”

(동양일보 김동진기자) 항공정비산업(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단지 유치 경쟁에 가세한 인천시가 민간기업이 아닌 국가공기업과 협력을 추진, 공기업을 특정 지역 이득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과 함께 불공정 행태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더욱이 국토교통부가 공기업이 특정지역과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권고했으나 인천시와 인천지역 사회단체 등은 오히려 국토부가 인천시의 MRO 유치에 방해를 하고 있다며 적반하장식 논리를 펴 비난을 더하고 있다.

국토부는 연간 1조3000억원 규모의 해외 의존 항공정비 수요 국내 전환과 해외 정비 수요 흡수를 위해 지난 1월 항공정비산업 육성방안을 마련, 이를 중점 수행할 MRO 단지를 올해 말까지 선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말 2조5300억원 규모의 시장 규모를 2025년까지 4조25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수입 대체 및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MRO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항공안전 제고, 해외투자 유치, 항공제작·정비산업 동반발전 등을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자치단체와 민간 항공사를 중심으로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는 전문 합자법인을 설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이에 대한 심사·검토를 거쳐 올해 말까지 사업자를 선정한 뒤 내년부터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지로 선정되면 2020년까지 국비 1000억원을 비롯해 모두 7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며, 이에 따른 인구 유입 효과는 물론 7000개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선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충북도와 경남도간 양강 구도 속에서 인천시도 경쟁에 가세하면서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뒤늦게 경쟁에 가세한 인천시가 사업파트너로 국가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끌어들여 항공정비산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국토부의 항공정비 육성방안에 민간항공사를 포함한 전문합자법인 설립이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를 사업 파트너로 정한 것은 명백한 경쟁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이같은 인천시의 움직임에 대해 공기업이 특정 지역과 사업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은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 사실상 공기업의 사업 참여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공기업 설립 목적이나 특성상 특정지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데다, 인천공항공사 운영을 위해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지역의 정책적 목적이나 이득을 위해 이용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인천지역 사회단체 등은 국토부가 항공정비산업 경쟁 구도에서 인천시를 배제하려 하고 있다고 여론을 호도하며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같은 비난 여론에도 6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 박완수 사장을 만나 MRO 추진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인천공항공사 측의 반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충북도 차원에서도 공기업의 특정지역 사업 참여를 차단할 수 있도록 행정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 지자체가 MRO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국가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가 특정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는 것은 공정성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지닌 항공사 등과 협의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충북도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돌연 신의를 저버린 채 경남도와 항공정비산업 MOU를 체결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데 이어 인천시가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와 협력을 추진하는 등 경쟁 과정에서 혼탁 양상을 띠고 있다”며 “공기업이 특정지역과 사업 추진 협력을 맺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인천시도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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