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동에는 관리 감독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책임이 크다.
백수오 원료 공급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 가짜 성분인 이엽우피소가 들어있는 것을 식약처 자체 검사에서는 걸러내지 못하고 한국소비자원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재검사를 통해 확인했다. 소비자원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소비자들은 식약처만 믿고 계속 가짜 백수오를 먹었을 것이다. 또 이엽우피소가 들어있는 제품을 먹어도 되는지를 놓고도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의 안전관리를 맡은 당국으로서 무엇 하나 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이번 가짜 백수오 파동은 식약처가 크게 만들었다.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제품에 대한 부작용 신고가 잇따르자 지난 2월 원료 조사에 나섰으나 이번 조사 때와는 달리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내츄럴엔도텍은 이를 근거로 소비자원의 검사방식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식약처의 2월 조사나 그 이전에 문제가 발견됐다면 이처럼 파동이 크지도 않고 소비자 피해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식약처는 재조사 때 사용한 원료가 2월 조사 때와는 입고된 날짜가 달라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고 해명했다. 입고된 날짜가 다르면 재배 농가와 재배지 등이 다를 수 있어 개연성 있는 해명이지만 100% 곧이들리지는 않는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식약처 발표는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어줘야 할 판에 같은 회사 원료에 대한 검사결과가 불과 두 달 만에, 그것도 다른 기관의 문제 제기 뒤에 번복됐으니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제품을 먹어도 되는지를 놓고도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이엽우피소를 백수오 대용으로 쓰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밝힌 반면 식약처는 "한국독성학회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할 때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제품을 섭취해도 인체에 위해성은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평소 같으면 식약처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겠지만 가짜 백수오 파동을 거치면서 식약처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상태라 소비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 관리를 책임진 식약처가 가짜 백수오 문제를 먼저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다. 백수오 생산액이 2011년 40억원에서 2013년 704억원으로 17.6배나 뛰고,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사례 신고 1733건 중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제품'에 대한 것만 301건에 달했음에도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식약처는 인력과 예산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백수오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제조업체의 자체 품질검사에 안전관리를 상당 부분 의존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검사는 제조·수입업체가 솔직하게 털어놓거나 소비자들로부터 제보가 있는 경우에만 진행한다니 어이가 없다. 식약처가 제 구실을 못하고 우왕좌왕하거나 책임을 방기하면 제2, 제3의 백수오 파동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식약처는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콘트롤타워'이자 마지막 보루인 만큼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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