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두 안전보건공단 충북지사 산업안전팀장

 

지진이 휩쓸고 간 네팔은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참상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 늘 나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연재해의 징후를 사전에 관측하여 대응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 여겨진다.

산업현장에서의 재해는 자연재해와 달리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거나 대비할 수 있었던 일인데도 지난 한 해 동안 산업현장에서 종사하는 근로자 중 1850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우리 관심 밖에 있었던 산림작업 근로자도 전국적으로 34명이 사망하였고 충북지역에서도 해마다 산림작업으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림작업에서의 사망재해 발생형태를 보면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나무를 자르는 작업 시 자르는 나무 높이(수고·樹高) 이내의 반경에 있던 작업자가 넘어지는 나무에 맞아 목숨을 잃고 있다. 나무를 자르고(벌목·伐木) 자른 나무를 한두 군데로 쌓아놓았다가(집재·集材) 나르는(운재·運材) 작업에도 각각의 규칙과 방법,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안전수칙이 있으며, 이러한 안전수칙을 따르지 않고 개인의 판단, 능력, 기질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불안전한 행동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동료를 죽음으로 까지 몰고 갈 수 있는 불안전한 행동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개인적 기질이나 실수 때문만 일까,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은 없는 것일까? 대다수 사람들은 사고의 발생 원인을 물을 때 사고 당시 위험을 초래하는 작업조건, 작업방법이나 관리감독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한 개인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라 쉽게 단정한다. 결국 매번 재해를 당하는 사람만 바뀔 뿐이고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개선의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산림작업에서 이러한 위험한 상황이 바뀌지 않은 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건설현장의 공기단축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발주처와 맺은 계약 기간 내에 완수하기 힘든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작업절차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안전수칙을 지키려는 의지는 온데간데없이 힘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산림작업 근로자의 안전은 마치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덫과 같이 위태롭다.

산림작업의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거대하다. 결국 산림작업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한 사고도 개인이 가진 기질이나 성격보다는 어떤 상황 속에서 일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집단의 틀을 깨고 상황을 바꾸는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르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첫 번째 사람이 행하고 다시 두 번째 사람,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사람이 행하게 되면 상황은 바뀔지도 모른다. 두 명일 때까지는 무관심하게 보였던 일들이 세 명이 하게 되면 눈에 들어오게 되고 주목하게 되며 행동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3의 법칙’처럼 말이다. 산림작업 현장에서도 전형적인 재해가 반복되는 상황에 종속되어 따라가기보다는 누군가 상황을 주도해서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산림작업에서의 위험상황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은 구성원 각자가 절실히 느껴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제는 산림에 종사하는 모두가 시간과 돈에 쫓겨 안전절차를 무시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발주처는 사업 발주 시 반드시 납기에 여유를 두어야 하고, 관리자와 근로자는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이수토록 해야 하며, 일정 금액이상의 사업은 별도의 안전관리비를 계상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조직의 리더는 내부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안전에 관한 가치나 분위기 또는 관행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통해 ‘상황을 바꾸면 행동이 바뀔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 보다는 ‘상황을 바꿔보겠다’는 긍정의 마음으로 일터를 안전하게 변화시키는 것에 솔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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