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편집국 부장 / 천안지역 담당)

최재기(편집국 부장 / 천안지역 담당)

검경의 잇따른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로 시민의 눈총을 받고 있는 천안시의회가 이번에는 한 기업의 사익에 앞장 서 비난을 사고 있다. 시의회는 최근 자연경관지구에 예식장, 관광호텔 등의 신축이 가능한 ‘천안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건축규모도 현행  1500㎡에서 300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산적 가치로 따져볼 때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의회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이라며 개정이유를 밝혔다. 천안시는 그동안 도심을 둘러 싼 봉서산과 태조산 일대 1980㏊를 자연경관지구로 지정해 건축행위를 엄격히 규제해왔다. 시는 “해당지역의 숙박시설 허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천안아산경실련도 “호텔 허가는 특정기업의 특혜를 위한 개악”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곳은 수년전부터 기업들이 호텔과 아파트 등을 신축하려고 각종 로비를 벌여왔던 곳이다. 땅을 소유한 아산의 A기업도 호텔을 신축하려다 행정 제한에 결려 어려워지자 지난 2013년 7월 직원용 기숙사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공사착공연기 만료시한을 두 달여 앞두고 일부 시의원이 앞장서 호텔을 허용하는 조례안 개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례안은 J의원과 L의원이 건설도시위원회 소속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상정했다고 한다. 조례안 상정에 앞서 A업체는 J의원과 L의원을 사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J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업체와의 접촉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해당 상임위 한 의원은 “조례안에 서명한 대다수 의원들이 이들 두 의원의 설득과 작업에 넘어갔다”면서 “조례안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것이 실수다. 앞으로 조례안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입법로비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들이다. 결과적으로 의회는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하수인 노릇을 자청한 셈이 된다. 조례가 통과되면 천안시 서부지역의 유일한 도심 자연 녹지 공간인 봉서산이 훼손되고, 자연경관지구의 난개발이 우려될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의회가 앞장서 조례를 개정하면서까지 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천안/최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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