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케이티 위즈 승리의 순간에 또 한 번 장시환(28)이 있었다.

 

오른손 강속구 투수 장시환이 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방문 경기를 마무리짓고 세이브를 올렸다.

장시환은 케이티가 7-5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6회말 1사 2, 3루에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 하나면 동점인 상황. 장시환은 장기인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조인성을 윽박질러 투수앞 땅볼을 끌어냈다.

2사가 되자 한화는 비장의 무기, 좌타 대타 한상훈을 냈지만 장시환은 9구 승부 끝에 몸쪽을 파고드는 150㎞짜리 대포알 직구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장시환은 9회 첫 타자 이종환에게 볼넷을 1개 내줬을 뿐 노히트로 세이브를 올렸다.

장시환은 케이티가 첫 승을 거뒀던 4월 11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1⅓이닝을 막았고, 이튿날 3⅓이닝짜리 세이브를 올렸다.

4월 22일 수원 SK 와이번스전에선 4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팀의 홈 첫 승리 투수가 되는 등 지금까지 케이티의 모든 승리에 관여했다.

 


2007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그저그런 투수 중 하나였던 장시환이 특별지명으로 케이티 유니폼을 입은 올해 이렇게까지 극적인 반전을 연출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장시환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오래 던지고 나면 여러 경기를 쉴 수 있어서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고 했다.

체력적 부담이 없다는 얘기였지만, 심리적으로는 분명히 부담을 느낄 것이다.

장시환은 "예전엔 지는 경기에 추격조로만 나갔는데 지금은 이기는 상황이나 박빙일 때 등판한다"며 "사실 많이 어색하고, 적응이 힘들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8년째 유망주'이던 그를 바꿔놓은 것은 코칭스태프가 심어준 자신감이다.

장시환은 프로 첫 소속팀이던 현대 유니콘스에서도 코치로 모신 정명원 케이티 투수코치와의 재회를 전환점으로 꼽았다.

그는 "코치님이 '현대 시절부터 네 폼은 예뻤다'고 하시더라"며 "자신감을 키우라고 주문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넥센 시절엔 볼넷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했다. 괜히 위축되고… 여기선 정 코치님이 '볼도 괜찮으니 세게만 던져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조범현 케이티 감독도 힘을 줬다. 장시환은 "감독님은 제 투구 동작 마지막에 임팩트가 없다고 하시더라"며 "그러니 발을 화려하게 움직이면서 강한 인상, 위압감을 주라고 하셨다"고 스승들의 가르침을 공개했다.

팀이 부여한 책임감 역시 장시환의 긴 이닝 계투에 버팀목이 된다.

조범현 감독은 장시환을 가리켜 "우리 팀 '중간 선발'"이라고 묘사한다. 많은 이닝을 맡기는 미안함을 에둘러 표현하고, 장시환의 비중을 강조하는 조어다.

장시환은 그러나 "저는 이기는 경기에 나가지 않나"며 "제가 못 던지면 지는 거다. 더 열심히 던진다는 생각으로 1구, 1구에 신경을 쓴다. 선발 욕심도 없고, 그저 중간에서 막고 세게 던지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까지 승리가 없었던 장시환은 올해 신생팀 케이티의 1호 세이브와 홈 구장 1호 승리투수에 자기 이름을 새겼다.

"아무것도 없이 야구를 해왔는데… 그런 것 남기는 사람도 별로 없지 않나. 두 개나 남겨서 영광"이라고 흐뭇하게 말하던 장시환이 남길 기록은 앞으로도 케이티의 성적과 직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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