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10여 년 동안 담을 넘긴 것이 6회에 불과하던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가 '대형 사고'를 쳤다.

▲ 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와 한화의 경기. KT 용덕한이 5회초 1사 만루에서 홈런을 날리고 있다. 2015.5.6

프로야구 막내 구단 케이티 위즈의 베테랑 포수 용덕한(34)이 팀의 창단 1호, 개인 통산 1호 만루 홈런으로 케이티에 4번째 승리를 안겼다.

용덕한은 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방문 경기 2차전에 전날과 같이 8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다소 의외의 라인업이었다. 최근 트레이드로 대형 포수 장성우를 데려온 케이티였다.

장성우가 전날 훈련 도중 왼손 엄지손가락에 통증을 느껴 포수 마스크를 용덕한에게 넘기고 이날 지명타자로 출장하지 않았더라면 케이티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뜻하지 않게 주전 포수로 출장한 용덕한은 4회까지 2타석 1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잠잠했다.

전날까지 타율 0.150을 기록한 수비형 포수인 그에게서 뭔가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용덕한은 5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버렸다.

2-5로 끌려가던 케이티가 2안타와 1볼넷을 묶어 1점을 추격하고, 다시 볼넷 하나를 더해 1사 만루를 만들자 용덕한의 타격 차례가 됐다.

하필이면 득점권 타율 0.095를 기록 중이던 용덕한이었다. 대타를 기용하기에도 다소 이른 시점이었고 장성우는 이미 5번 지명타자로 출전 중이었다.

대안이 없었던 것은 어쩌면 팀과 용덕한 모두에게 행운이었다.

한화 두 번째 투수 송창식과 붙은 용덕한은 2볼-2스트라이크에서 송창식이 가운데로 포크볼을 던지자 그대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잘 맞은 타구는 왼쪽으로 110m를 날아가 담 너머 한화 불펜에 꽂혔다.

케이티의 창단 1호 겸 용덕한의 개인 첫 그랜드슬램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용덕한은 지금까지 통산 홈런이 6개에 불과했다.

용덕한은 "팀이 힘들 때 보탬이 못돼 생각이 많았는데, 비록 1경기지만 도움이 돼 정말 기쁘다. 공이 살짝 넘어가는 순간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변화구 계열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노련한 포수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용덕한의 4타점 한 방으로 역전에 성공한 케이티는 끝까지 리드를 잘 지켜 8-5로 승리하며 마침내 10연패를 끊고 4번째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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