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고 졸업후 방통대 나란히 입학 어머니 5명

(동양일보)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고 대학에 갔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배운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중요하고 기쁜 일인가 실감하게 됐습니다."

학업의 꿈을 뒤로 한 채 일평생 자식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어머니들이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는 도전에 성공했다.

8일 한국방송통신대에 따르면 방송통신고를 졸업하고 올해 나란히 이 대학 가정학과에 입학한 문삼순(54)·조금희(49)·윤명희(51)·박향월(56)·임춘자(60)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전남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방통대 광주전남 지역 공부모임에서 함께 공부한다. 서로 격려하며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녀들을 위해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초등학교만 졸업한 문삼순씨는 군에 입대한 아들의 신원조회로 그동안 숨겨온 학력이 들통난 것을 계기로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문씨는 그동안 아들이 다니는 학교나 아들 친구 부모들이 학력을 물어보면 고졸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아들이 학사장교로 입대할 때 가족의 신원을 조회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차마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아들의 입대 지원서 '가족사항' 란에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학력을 적어내고 나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고 한다.

문씨는 "입학 전 방통대 입학생의 20%가 졸업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80%에만 들면 졸업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아 자격증을 취득해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환갑을 넘겨서도 학업을 이어가는 맏언니인 임춘자씨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를 생각하면 힘든 공부가 마냥 즐겁다.

임씨는 "열심히 공부해서 손녀에게 학습 방법을 알려주는 멋있는 할머니가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십 년 만에 원해서 하는 공부이니만큼 생업이 있어도, 지역 공부모임 장소가 집에서 아무리 멀어도 공부에 대한 열망은 뜨겁기만 하다. 이들을 향한 가족들의 응원도 마찬가지다.

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조금희씨는 가게 컴퓨터로 틈틈이 인터넷 강의를 보고, 출퇴근하는 30∼40분을 활용해 책을 읽을 만큼 모범생이다.

조씨는 "집과 직장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사는 느낌이 든다. 학생으로 변신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보성 집에서 광주에서 열리는 공무모임에 참석하려고 매주 화요일마다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는 윤명희씨에게는 매번 차로 태워다주는 남편이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윤씨는 "남편의 도움이 정말 든든하다"며 "가끔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면 오히려 애들이 끝까지 해보라며 격려해 준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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