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문재인에 직격하며 확전…비노 '패권주의 청산' 압박

 (동양일보)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간의 감정 대립이 도화선이 돼서 터져나온 새정치민주연합내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간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공갈 발언' 논란으로 주 최고위원의 사퇴선언을 촉발한 정 최고위원이 11일 여수로 내려가 '사과 전화'를 하면서 실타래가 풀리는 듯 했지만, 주 최고위원이 사퇴입장을 고수하면서 지도부 내홍은 여전히 해결이 난망한 상황이다.

여기에 비노계의 핵심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그간의 '침묵'을 깨고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포문을 여는 등 4·29 재보선 전패 책임론을 둘러싸고 친노와 비노·호남간 대치전선이 확전하는 양상이다.

특히 당내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 지도부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확산하고 있어 그야말로 당 전체가 '풍전등화'에 놓인 셈이 됐다.

●정청래 '빈손 사과' "사과로 끝낼 일 아니다" 여론에 지도부 고민 = 문 대표는 이날 주 최고위원, 정 최고위원의 불참으로 '반쪽회의'가 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며 수습을 시도했다.

지난 8일 '공갈발언' 이후 당 지도부의 사과 요구를 거부, 버텨오던 정 최고위원은 문 대표 등의 설득으로 결국 오후 여수로 내려가 주 최고위원에게 사과했다. 만남은 불발되면서 그나마 전화통화로 사과했다. 하지만 주 최고위원이 "사퇴철회 의사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정 최고위원은 '빈손 상경'을 해야 했다. 지도부의 장기표류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주 최고위원은 "지금 들어가면 두 번 죽는 셈이 된다"고 당무복귀를 거부했다.

지도부는 일단 "갈등해소의 여건은 무르익은 것", "일단 첫 실마리는 풀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의 이날 오찬 회동에서는 정 최고위원을 윤리심판원에 제소,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민집모는 12일 의원총회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초·재선 모임인 '더 좋은 미래' 소속 일부 인사들도 오전 회동을 하고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 자중자애해야 한다"는 의견을 교환하고 문 대표가 책임있는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의 '김용민 막말 논란'에 대한 악몽이 살아나면서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도부 일각에서조차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겨선 안 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인사는 "문 대표가 사과로 이 문제를 끝내려고 한다면 너무 안이한 것"이라며 "정 최고위원은 한 달 정도 자숙하고 광주에 내려가 '하방'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원내지도부가 금주 계획했던 의원 워크숍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비노-친노' 정면충돌…당 존립 위기감 = 당내에서는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노영민 의원이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 최고위원의 사퇴논란을 두고 '최고위원의 의무'를 거론하며 "자해행위"로 규정한데 이어 문 대표가 곧이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의 의무'라는 같은 논리로 주 최고위원의 복귀를 촉구하자 비노 진영 내부는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었다.

급기야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한길 전 대표가 성명을 통해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발언에 이어 비노 수장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 일차적 요구사항이지만 결국은 문 대표의 사퇴를 시야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재선의 정성호 의원도 "책임정치 실현을 위해 물러난 전임 지도부들은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고 사심 때문이었는가"라며 "이중적 잣대이자 견강부회"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문 대표와 노 의원이 발언 취지가 묘하게 겹치자 비노 쪽에선 "비선 논의가 있었다는 증거"라며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비노 인사들 사이에서는 "정 최고위원도 친노의 핵심이다. 지도부가 총사퇴해 책임져야 한다"(박주선 의원), "친노패권족은 2선으로 후퇴하라"(조경태 의원) 등 노골적 사퇴 요구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4선 중진 의원들도 12일 오전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주재로 조찬 회동을 하고 당 수습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