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길 제천경찰서 생활안전계장

 

지난해 9월 2일 큰 아들이 군 입대하는 날, 어제까지 긴 머리가 이제는 반삭으로 변했고 밤새 고민과 걱정으로 잠을 못 이뤘는지 7시가 지나서야 일어난 아들의 눈에는 초조함과 두려움이 역력했다.

아침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9시가 조금 넘어 춘천 102보충대를 가기 위해 승용차에 올랐다. 1시간 반 정도 중앙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동안 아들은 별 말이 없었고 차안에는 계속 침묵이 흘렀다. 아이 엄마도 애써 근심과 걱정을 감추려고 말을 하지 않았다. 오전 11시가 다돼 춘천 입구 한적한 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이 엄마는 맏아들 입대하는데 뭐든 잘 먹여 보내려고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봤지만 아들은 ‘밥 생각이 없다’며 ‘아무거나 먹자’ 했다.

그래서 필자는 아이에게 부담이 없는 설렁탕을 먹자고 했고 아들은 아무런 말없이 꾸역꾸역 한 그릇을 다 비웠다. 12시쯤 102보충대 앞에 도착했고 입대 장정들과 가족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부대에서는 입대하는 아이들을 안심시키려는지 화장실이며 입대절차 안내문 등 친절하게 하나하나 꼼꼼히 설명해 줬다.

12시 30분부터 보충대에서는 입대 장정을 위한 노래와 전통무용 등 30분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부모와의 석별 시간이 주어졌는데 엄마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면서도 아이를 위로하고 부대 안으로 들여보냈다.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있는 두 눈에서 눈물이 비 오듯 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필자도 눈망울을 적셨지만 이내 아내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3월 2일 8시 신학기가 되고 초등학교 앞에는 등교하는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북적이며 혼잡한 상황이다. 어떤 부모는 학교 앞까지 승용차로 아이를 태우고 와서 다시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교실까지 가서 담임선생님 손에 넘겨주고 나서야 안심이 되는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필자 어릴 적에는 한집에 적으면 3~4명 많으면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었고 부모님들은 농사일에 바빠 초등학교 입학식은 물론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 하는 게 당시의 풍습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한 가정에 하나 아니면 둘밖에 없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도 많다. 어렵게 낳은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왕자님 공주님 대접을 받는다.

이런 부모의 마음으로 우리 경찰도 이제는 달라져야한다!

매일 신문 방송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학교폭력에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불안할까?

제천경찰서에서는 주민만족도와 체감치안 향상을 위해 금년 신학기부터 연말까지 관내 모든 초등학교 앞에 순찰차와 경찰관을 배치해 매일 아침 8시부터 학생들의 등교 종료 시까지 안전하게 길을 건너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빠의 손을 잡고 정문을 들어가려는 새내기 1학년생이 ‘아빠 매일 경찰관 아저씨들이 나와 있다. 나도 커서 멋진 경찰관이 될 거야’라며 신 바람나게 뛰어가는 모습을 본 아빠의 얼굴은 환한 미소를 가득 머금었고 근무 중인 경찰관은 조금 머쓱하지만 가슴 뿌듯한 일이 매일 아침 시민들에게 보여 진다.

제천경찰은 정성을 다해 주민에게 다가 갈 것이다. 처음 초등학교 보내는 아이 엄마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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