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족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 중심에는 혈연중심으로 구성된 뿌리 깊은 한국사회의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사로잡는 중심에는 아마도 유교사상이 자리하고 시대 변화에 따라 많은 신앙이 혼재된 현 사회로 변화되었다.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이 이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생로병사(生老病死),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을 때 함께 하는 이가 가족이며 혈연 중심의 친인척이다. 이런 친인척이 과거사회의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이웃이 그런 역할을 한다. 이웃사촌이란 말은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과거사회가 혈연관계의 마을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가까운 이웃이 중심이다. 또한 사회는 지식정보화사회로 변화되어 인터넷매체를 통한 사이버상의 이웃사촌도 있다. 정말 인간세상은 변화무쌍(變化無雙)하며, 혈연중심 사회가 이제는 첨단과학과 사물인터넷이 부각되는 지식화사회로 변화 된 것이다. 과거의 혈연 중심 이웃사회가 가까운 거리의 이웃사회로 변화된 것이다. 그것도 이웃사촌이 아닌 이웃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혈연의 이웃사촌이 아닌 가까운 위치의 이웃사촌 아니 이웃형제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사촌이 아닌 훨씬 더 가까운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은 이웃이 함께 하는 것이다.

  이웃사촌(四寸)이란 무엇인가? 서로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이웃이다. 어려울 때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고 하며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서로를 위하고 돕는 상부상조(相扶相助)의 근본 마음인 것이다. 서로 미워하지 않고, 서로 양보하며 자기 몸처럼 아끼는 것이다. 혈연 중심의 가족은 점점 멀어지는 시대이다. 형제도 자주 만나지 못하니 부모님 품안에 있을 때 형제이며 분가하면 거의 남이 된다. 그래서 형제는 가족 구성원이라는 의무감만 있고, 우선은 함께 사는 내 가족만이 우선인 것이다. 이웃형제가 친형제보다 훨씬 자주 만나고 가까이 사는 이웃이 만남의 횟수도 많다. 이웃과 만남의 원칙은 부부동반으로 만나고 남자끼리의 만남보다는 여자들과 함께 하며 이런저런 다양한 얘기와 현실적인 이야기로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화제로 소통해야 한다. 형제는 많을수록 좋고 이웃 형제도 친형제 이상으로 정을 나눌 수 있다. 가족은 소중하고 그립고 보고 싶은 존재이며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 바람직한 가족관계는 애경사(哀慶事), 명절(名節)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왕래하며 정(情)을 나누어야 한다. 바람직한 이웃관계는 가족이 '속옷'이라면 이웃은 '겉옷'에 해당되는 상생의 관계이다.

  한국사회는 개개인의 선택과 달리 낳아준 핏줄의 혈연과 태어난 곳 중심의 지연이 있다. 이것은 손금에 새긴 사주팔자(四柱八字)와 같은 것이다. 요즘은 전원주택이 시대의 추세이며 옛날과 같이 이웃친지가 함께 모여 재미있게 살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살롱화법(話法)이다. 살롱화법은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하여 상대방의 장점을 칭찬해 주고 자존심을 건드렸으면 바도 사과하고 시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면 필요한 것이 휴식(休息)이다. 휴식은 한자로 나무에 기대어 쉬는 것이다. 나무는 자연이며, 지나온 삶을 자연의 순리에 비추는 것이다.


  요즘시대는 핵가족 사회로 변하면서 사촌이 없는 사회이다. 현대사회의 구조가 변화되다보니 내가 먼저 이웃에게 도움을 주면 이웃사촌을 자청(自請)하고 이웃사촌 간에 오고가는 정을 통하며 보람 있게 살아야 한다. 혈연의 이촌 형제도 오고 가는 것이 뜸하고 멀리 떨어져 남처럼 살다보니 진짜로 먼 남이 되어 버린다. 요즘시대는 명절 때나 모여 일가친척들이 조상을 찾고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눈다. 그것마저도 못하는 혈족(血族)들은 남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현실에서 가까이 있고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며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이웃사촌인 아닌 이웃형제이다. 서로 정이 통하고 맥이 통하는 정겨운 이웃사랑 이웃형제의 문화가 우리의 실생활공간인 주택, 아파트 등에도 접목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웃에 사는 이웃형제는 혈연의 이웃사촌만큼 끈끈한 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가족(家族)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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