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자치 20년 평가 ‘한심’ 비난

지방분권·주민만족도 등 실체적 평가는 외면
“정부의 지방자치 이해·접근법 드러내” 비판

(동양일보 김동진기자) 정부가 지방자치 시행 20년을 평가하면서 병·의원 증가와 문화·체육시설 증가를 대표적 성과로 내세우면서 지방자치의 본질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기형적 평가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 20년 동안 진행된 지방분권이나 지방재정 독립 등 지방자치의 궁극적 지표는 물론 주민 요구나 만족도 등에 대한 냉철한 평가는 외면,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부의 그릇된 접근 방식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비난이 거세다.

행정자치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자치 20년 평가위원회 2차 회의를 개최해 2월 9일 확정한 '지방자치 20년 평가 기본계획' 중간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서 정부는 지방자치 시행 이후 대표적 성과로 의료기관의 증가를 꼽았다.

행자부는 지방자치 시행 이전 병·의원이 3만1138개에서 6만751개로 두 배 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복지관은 360개에서 439개로 늘어나는 등 복지인프라 확충을 포함했다.

아울러 미술관(37→173개), 공연시설(239→984개), 체육시설(3만4437→5만6124개) 등 문화·체육시설 기반조성도 지방자치의 성과로 내세웠다.

이밖에 도로포장률(74.5→82.5%), 상수도보급률(82.9→96.3%), 하수도보급률(65.9→92.1%) 등 도시환경 개선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행자부는 이와 함께 지역주민의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도 변화도 민선 1기에는 정부간 관계, 단체장 등 지방자치 일반에 관한 내용이 많았으나 민선 2기부터는 자치경찰제, 제주특별자치도,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 등 지방자치 관련 관심 분야로 세분화되는 경향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행자부는 이같은 지방자치 20년 성과에 대한 평가가 완료되면 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지역발전위원회, 행자부내 자치 관련 혁신단(전문가 그룹) 등과 협업을 통해 향후 지방자치 발전 및 패러다임의 전환 방향을 제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지방자치 20년 성과 평가에 대해 일선 자치단체들과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지방자치의 본질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는 주민참여를 근간으로 중앙정부와 수평적 관계의 독립적 지방행정을 추구하는 것을 본질적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지방분권이나 지방재정 독립 등 지방정부의 실질적 자치행정 변화 등에 대한 면밀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 요구나 기대감, 주민만족도 등 지방자치의 핵심요소인 지역주민의 지방자치 평가를 외면한 채 정부의 주관적 시각과 접근 방식으로 지방자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평가를 위한 평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팽배하다.

의료기관이나 문화체육시설 등은 지역주민의 권익 신장 등을 위해 지방자치와 상관없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하는 분야로, 이를 지방자치의 성과로 내세운 것 자체가 한심스럽다는 반응이 높다.
현실이 이런데도 병의원이나 문화체육시설 증가를 지방자치 20년의 대표적 성과로 내세우는 정부의 지방자치 이해와 접근 방식은 시행 20년이 지나도록 성장하지 못하는 지방자치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지방정부의 인사·재정·권한 등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속화가 완화될 경우 중앙정부의 권한·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란 그릇된 인식과, 지방자치의 주체가 자치단체나 지역주민이 아닌 중앙정부여야 한다는 중앙통제식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높다.

이와 관련,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지방자치단체의 장만 주민 손으로 선출하고 있을 뿐 자치단체의 행정은 100% 국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2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무늬만 지방자치"라고 비판한 대목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중앙정부가 법령과 규칙, 훈령 등을 통해 시장·군수, 읍·면·동장이 해야 할 일까지 하며 지방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지방재정 부담 완화를 위한 특별법이나 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법 제정을 통해 중앙과 지방의 상생발전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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