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대응에 ‘온도차’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물 중 홍준표 경남지사에 이어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검찰에 소환된다.

똑같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두 사람이지만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첫 소환자였던 홍준표 지사는 검찰에 들어서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공개 석상에서 자신을 대변했지만, 검찰 출석을 앞둔 이완구 전 총리는 사퇴 이후에는 줄곧 침묵을 지켰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등장인물 중 자신으로 먼저 시선이 쏠리기 시작하자 출근길마다 만나는 취재진에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출했다.

“메모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부탁을 거절한 사람”이라거나 “지금 내가 성완종 리스트란 올무에 얽혀 있다”, “망자와의 진실게임” 등은 모두 홍 지사의 출근길에서 나온 말이다.

검사 출신인 그는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거나 “검찰이 유일한 증인인 윤승모 씨를 한 달 동안 통제 관리하고 10여 차례 조사하면서 진술 조정을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수사팀에 ‘코치’도 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돌아가서도 홍 지사는 2011년 경선 자금이 도마에 오르자 기자간담회를 열어 “1억2천만 원은 집사람의 비자금”이라고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을 대변했다.

이완구 전 총리도 현역 총리로서 수사 대상에 오르내렸을 때만 해도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나부터 수사하라”,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돈을 받았으면 물러나겠다”거나 “증거 나오면 목숨까지 내놓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할 때마다 이를 반박하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말 바꾸기 논란’이 일었고, 결국 사퇴 압력을 이기지 못한 채 총리직을 내려놨다.

이후 약 보름 동안 이 전 총리는 검진을 위해 잠시 입원을 했다거나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소식 정도가 들려오는 것 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이미 총리 시절 해명이 번번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타격을 입은데다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관련자와 접촉하는 등 움직임을 보인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철저히 조심하면서 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액수가 3000만원으로 홍 지사보다 적고, 중간 전달자로 여겨지는 이도 없는 상황에서 홍 지사처럼 먼저 ‘패’를 보여주기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하면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셈법도 깔린 듯하다.

정치자금법상 3000만원은 구속영장 청구 기준에 미치지 않을 뿐 아니라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벌금형으로 끝나는 게 일반적이다.

검찰은 이 전 총리 사퇴 후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씨 등 주변 인물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성완종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사실을 입증하는 차량 고속도로 하이패스 기록과 운행일지 등도 확보해 준비를 이어왔다.

2013년 당시 성 회장을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이 전 총리가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할 지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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