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옛날 일이다만, 우리 마을 중매쟁이는 돌이었다

심술은 궂었어도 각별히 연인들 속내를 들여다보는 재주가 있었던 돌

 

그날도 분 강 앞에서 동동거리는 처녀 아이가 있었는데

등을 내민 총각 발목을 헛딛게 하고 말았지

그 돌 아니라면 태어나지 못했을 아이들도 많았을 거라

 

냇물 소리 자란자란 흘러가는 어머니 추억담을 따라가다 보면

물이끼가 잔뜩 돋은 그 돌 위에서 첨벙

나도 그만 균형을 잃고 싶어진다

돌의 신호에 맞추어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강을 건너 어딜 가겠다는 뜻은 없지만

그저 좋아하는 사람이나 허전한 등에 업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치면

그 짖꿎은 징검돌이라도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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