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문학정신 기리려 동분서주 ‘발품’

▲ 김승룡 옥천문화원장

 

(옥천=동양일보 김묘순 기자)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포근하고 아름다운 꿈이 서려있는 옥천에서 열리는 28회 ‘지용제’가 ‘시(詩)끌벅적’한 문학축제로 변신하기 위한 마무리 준비가 한창이다.

정지용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지용제’의 중심에 선 김승룡(52·옥천군 옥천읍 삼양로 85·☏010-5401-1727) 옥천문화원장.

김 원장은 정지용이 다녔던 죽향초등학교를 거쳐 옥천중·고를 졸업한 옥천 토박이다. 영특한 자질과 유복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난 덕분에 서울 유학길에 올라 중앙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대학졸업 이후 고향으로 내려와 부친으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았다. 현재 건축·토목·주택건설 등 종합건설회사인 (주)세림건설 대표다.

일의 추진력이 남다르게 빠르고 진취적이어서 그에겐 ‘불도저’라는 호칭이 붙여졌다. 옥천문화원장으로 취임한 지 3년째인 그의 정지용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정지용의 모교인 일본 동지사대학에서 정지용 시비 ‘압천(鴨川)’의 건립과 함께 진행됐던 ‘정지용문학포럼’이 3년간 중단됐었다. 그러나 정지용 문학의 중요성과 역사성을 인지한 김 원장은 지난해 다시 그 끈을 이어 열도록 성사시켰다.

2년여 동안 일본의 교수들과 유학생, 그리고 학자들을 만나며 발이 부르트고 목이 쉬도록 걷고 또 달렸다. 그 결과 ‘정지용문학포럼’이 재개되는 성과를 올렸다.

지용제가 도우수문화축제로 지정받기 위해 문화원장으로서 역할도 충분히 해냈다. 그 결과 지난해 치러진 지용제가 호평을 받아 충북도 우수축제로 지정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지용제 행사장 일원화를 결정하고 나선 것도 김 원장이다. 이번 지용제는 15~17일 정지용 생가 일원에서 열리게 된다.

첫 날 오전 11시 ‘21회 지용신인문학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오후 2시 지용문학공원에서 시비제막식을 갖는다. 정지용의 시 ‘고향’과 청록파 시인들, 그와 관련된 작가들의 작품 등 14개의 시비가 세워진다.

둘째 날 오전 9시 서울에서 출발한 문학관광열차에 300여명의 문인들이 정지용의 문학에 취하려 몰려들 예정이다. 이어 고은 시인의 ‘지용문학 심포지움’이 관성회관에서, 백낙청 등 한국소설가협회의 문학기행 여정이 진행된다. 낮 12시 2회 전국정지용청소년문학캠프가 17회 전국정지용청소년문학상 수상자들과 정지용의 후배인 휘문중·고 학생 등 80여명이 참여해 1박 2일로 열리게 된다.

이어 27회 정지용문학상 시상식과 본행사가 상계공원상설무대에서 펼쳐진다. 이때 성악가 박인수와 그의 제자들이 정지용의 ‘향수’ 등을 들려주며 축하공연을 한다. 오후 6시에는 ‘우리 시인과의 만남, 시노래 공연’이 고은·신경림·도종환 등의 문인과 가수 최진희·정태춘·김사월·김해원 등이 출연해 시노래 공연도 펼친다.

17일은 오전 10시 14회 전국정지용백일장이 개최된다. 이어 전국 시낭송대회와 가족 시낭송 대회 등이 열린다. 이 기간 부대행사로 7080 향수음악다방을 운영해 DJ음악과 옛날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음식을 판매해 고향의 향수를 자아낼 예정이다.

올해는 정지용이 동지사대학 유학 중에 썼다는 시 ‘카페프란스’를 이용한 카페를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정지용이 박용철, 길진섭 등과 기행을 하며 즐겼던 센뻬이와 맥주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최초로 주어진다.

‘카페프란스’는 정지용이 살았던 그 시대와 정지용의 시적 정서를 그대로 느껴보게 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센뻬이와 맥주’도 정지용과 함께 부상하게 될 정지용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옥천 주민의 소득원과 연결하고 군 자체 수입이 올라 돈 버는 수익성 있는 축제로 만들고 싶은 것이 김 원장의 계획이다.

김 원장은 표면적인 지용제 내세우기 행사만 치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까지 서울 학자 중심으로 움직이던 학계의 연구를 수용하며 옥천지방의 방언을 조사해 정지용이 옥천 사람임과 옥천의 고유어인 향토어·방언에 대한 연구에 소홀함이 없었다. 그 결과 이번 지용제를 맞아 정지용 연구를 하는 옥천인이 옥천(중부)방언을 중심으로 펴낸 ‘정지용 기행 산문’을 발간하기도 한다.

김 원장의 좌우명은 ‘항상 삼가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겸손한 마음으로 끝내라’는 의미의 ‘신시경종(愼始敬終)’이다.

가족은 부인 이경희(47)씨와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인 장남 상일(22), 고등학생인 차남 상진(1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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