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출신 탐험가 ‘희망항해’ 통해 국민에 용기 선물

211일만에 무동력으로 4만1900㎞ 항해

 (동양일보 당진=홍여선기자) 청주 출신의 탐험가이자 프리랜서 프로듀서인 김승진(53) 선장이 211일만의 ‘희망 항해’를 무사히 끝내고 16일 당진 왜목항으로 돌아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동력·무원조·무기항으로 단독 항해에 성공한 기록을 남겼다.

말 그대로 아무런 동력없이 오직 바람에만 의존한 채, 주변의 도움도 없이 생존을 스스로 해결하며 단 한 번도 육지에 발을 내리지 않았다.
목숨을 건 항해였다.

힘들고 지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물하고자 지난해 10월 18일 ‘희망 항해’라는 이름을 걸고 당진 왜목항을 떠난지 211일만에 돌아온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밝았다.

그의 위대한 도전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은 물론 희망항해추진위원회 관계자들과 안희정 충남지사,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김홍장 당진시장 등 2000여명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반겼다.

그가 항해한 거리는 무려 4만1900㎞에 달한다. 정확하게 지구 한 바퀴 거리다.

무동력·무기항·무원조 요트세계일주 기록을 인정받기 위해선 적도를 2번 통과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모든 경도와 위도를 통과하고 4만㎞ 이상의 항해거리를 달성해야 한다.

아라파니호를 이끌고 세계일주에 나선 김 선장은 태평양과 남극해, 대서양, 인도양을 모두 거치며 이같은 공식 기록 요건을 모두 갖췄다.

폭 3.9m에 길이 13m의 9t급 동력선인 그의 요트는 무동력 기록 달성을 위해 엔진을 봉인하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망망대해를 떠돌았다.

출발 초기부터 요트 기둥이 부러지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스스로 정비를 하면서 항해를 포기하지 않았다.

211일 동안의 항해는 목숨을 건 사투의 연속이었다.

‘바다의 에베레스트’라 불릴 정도로 지구상에서 가장 험준한 바다로 알려진 남미대륙과 남극 사이 케이프 혼을 통과할 때는 5일 내내 최대 풍속 50노트에 달하는 엄청난 돌풍과 7m를 웃도는 무시무시한 파고와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영국령 포틀랜드 제도에 위치한 사우스조지아섬 인근을 지날 때는 남극에서 떠내려 온 유빙과 맞싸워야 했다.

자칫 유빙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배는 산산조각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밤잠을 설쳐가며 죽음의 공포를 넘어섰다.

바람이 불지 않는 무풍지대를 지나는 것도 힘든 여정이었으며, 해적이 출몰하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점과 자바섬 사이를 지날 때면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주로 당진시 부녀회에서 제공해 준 건조식품 위주로 끼니를 해결한 가운데 그에게 가장 큰 별미는 선상에서 만들어 먹는 김치찌개였다고 한다.

오랜 항해로 피로가 누적됐을 법도 했지만 그는 특별한 이상없이 건강한 모습이었다.

김 선장은 탐험가이자 프리랜서 PD로 활동중이다.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스스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일본 후지TV 등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이번 항해 역시 전 과정을 촬영했다.

그의 항해·탐사 경력은 화려하다.

2010∼2011년 크로아티아를 출발, 단독항해로 2만㎞를 항해해 우리나라에 도착했다.

지난해에는 대서양 카리브해를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 2만6000㎞를 항해했다.

1990년에는 5800㎞에 달하는 중국 양쯔강을 탐사, 다큐물도 만들었다. 나일강, 아마존강, 미시시피 강 등 세계 4대강을 탐험하는 것이 그의 목표 중 하나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물을 좋아했던 그는 24살이던 1986년 한강 350km를 수영으로 종단하고 같은 해 일본 시나노강 380km를 수영으로 종단했다.

1990년에는 히말라야 탕굴라봉을 등정하는 등 모험심을 멈추지 않았다.

김 선장은 “정말 살아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정신적으로 좌절을 종용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극복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항구에 닿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는 모험이라는 점에서 우리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살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날이 있다. 여러분들도 그런 희망의 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가 지면 반드시 해가 뜨더라”는 그의 말에선 어떤 어려움이나 고난도 이겨내고 새 날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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