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홍준표 경남지사와 같은 듯 다른 ‘깜깜이’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팀은 지난 14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지만 범죄사실의 핵심인 금품수수 일시와 장소를 추궁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대신 금품을 받은 시점으로 지목된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당시 성 전 회장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 사실보다는 돈을 받게 된 배경·경위 등 당시의 정황을 파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사 기법은 1억원 수수 혐의로 지난 8일 소환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도 적용됐다. 먼저 수사 전략을 노출해 ‘알리바이’(현장 부재 증명)를 만들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수사팀은 지난 13일 이 전 총리의 최측근인 김민수 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에서는 한두 번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한 게 2013년 4월 4일이 맞는지’를 물어봤다고 한다. 그동안 수차례 소환된 홍 지사 측근에게조차 일절 금품수수 시기와 장소를 언급하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4월 4일’은 수사 초기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인 금모씨 등이 금품이 오간 시점으로 언급했으나 이후 ‘4월 7일’, ‘3월 28일’ 등으로 다소 엇갈린 진술이 있었다.

금품 전달 수단도 처음에는 ‘비타 500 상자’가 거론되다가 최근에는 ‘쇼핑백’에 담았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윤승모(50)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라는 돈 배달자가 일관된 진술을 하는 홍 지사 의혹에 비해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된 셈이다. 수사팀이 이 전 총리에게 금품수수 시기·장소를 함구하고 김 비서관한테는 이를 ‘가볍게’ 추궁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역이용해 수사 대응에 애를 먹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 전 총리 측은 소환조사 이래 사흘째인 이날까지 검찰에 제출할 소명자료 선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향후 법정에서 수사 단계에서의 자기방어권 보장 여부가 쟁점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 전 총리는 소환조사에서 “2009년 말 충남지사직을 사퇴한 뒤 미국·일본 등을 유랑하고 이후 암투병을 하면서 2013년 재보궐 선거 전까지 성 전 회장을 제대로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그는 “같은 당의 충청권 정치인으로서 성 전 회장이 아마 캠프를 찾았을 것이다. 내가 차를 대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 당시 워낙 많은 정치인이 캠프를 찾아 누가 왔는지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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