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술자리를 함께하는 사람들마다 옛 포장마차에 얽힌 추억들을 하나 둘씩 더듬기 시작했다.

비록 장소는 허름했지만 시원한 소주 한 잔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안주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함께 자리한 친구와 가정사와 연애, 학업, 취업 등에 관련된 서로의 고민거리를 밤새도록 털어놓았던 곳이 바로 포차였다.

밤이 되면 어김없이 불을 밝히던 포차는 아파트 아래 설치되던 주상복합형부터 다리위에서 무심천 야경을 감상하면서 먹을 수 있었던 옛 풍물시장(서문교), 중앙공원과 상당공원(청주상공회의소 앞) 일대 등 발길이 닿는 곳 마다 각양각색의 포차들로 입과 눈이 즐거웠다.

포차가 한창 성업 중이던 어느 날 모처럼 외지에서 놀러온 친구와 포차골목을 찾아 입맛에 맞는 안주를 고르던 중 고갈비(고등어양념구이)와 꼼장어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곳에서 살얼음상태의 소주를 마셨다. 일명 ‘샤베트 소주’라 불리는 그 소주는 그 냉기로 인해 진한 알코올 향이 전혀 나지 않아 시원한 물처럼 마셨다가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특히 겨울엔 주황색 포차의 테두리에 반짝이는 조명을 단 일명 ‘빤짝이집’에 하얀 눈이 쌓이면 그 자체가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했고 서비스로 나오는 뜨끈한 홍합국물만으로도 소주 서너 병은 거뜬히 해치울 수 있었다. 또 오지랖 넓은 친구는 옆자리 손님들과 술 한 잔 주고받곤 형님, 동생을 맺는 일도 다반사였고 이모의 안주서비스에 환호하는 등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멋진 추억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포차골목이 정비되고 단속대상이 되면서 포차의 전성시대는 하루아침에 막을 내렸고 청주를 찾은 지인들에게 특색 있는 먹거리 문화를 소개하기란 결코 쉽지 않게 됐다.

서울에선 동작대교 등에 아름다운 한강을 감상할 수 있는 커피숍을 만들어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각광받으면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만약 옛 풍물시장이었던 서문교를 재정비해 전국 유일의 포차다리로 꾸민다면 서문시장의 삼겹살거리와 육거리시장을 잇는 청주만의 독특한 관광명소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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