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태(괴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여용태(괴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아들 둘과 딸 하나, 금쪽같은 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아버지로서 또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단속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경찰관으로써 인터넷에서 떠들썩하던 어린이집 아동 학대 동영상을 보면서 분노를 금치 못한 것이 얼마 전인데 승진을 하여 괴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으로 발령을 받아 처음 맡게 된 업무가 괴산·증평 지역 어린이집 전수조사였다.
형식적인 조사가 아닌 군청 사회복지과 어린이집 담당 공무원 분들과 괴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직원들이 합동으로 괴산·증평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55개소를 불시에 방문하여 CCTV의 녹화 영상을 검사하고 아동학대 여부가 없는지 다른 위반사항은 없는지 꼼꼼히 조사하였다.
우리 지역에도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속의 아동학대 같은 일이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하면서 CCTV의 녹화 영상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점검을 하였는데 웬걸 녹화 영상을 보니 사랑스런 어린아이들이 선생님 주변에 모여 앉아서 행복하게 놀고 있는 모습, 장난꾸러기 아이들 대여섯 명이 선생님 한 분에게 여기저기 매달리고 선생님은 이 아이 저 아이 한 번씩 다 안아 주는 모습,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직접 숟가락으로 정성들여서 떠먹이는 모습 등 아동학대와는 전혀 상반된, 아동학대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찾을 수 없는 그런 모습들만이 CCTV녹화 영상 속에 들어 있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다. 일부 사람들의 잘못으로 이런 선생님들 모두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이 정말 안타까울 따름이다.
원장선생님들이 하소연을 한다. 아동학대 사건이 있고 난 후 원생 모집이 작년에 비해 반이나 줄었는데 어린이집을 믿을 수가 없어 그냥 집에서 데리고 있겠다고 하는 엄마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또한 선생님들이 이번일로 인하여 의기소침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아이들을 돌보는데 많이 피곤해 한다고 한다.
경찰관 한 명이 음주운전을 하면 모든 경찰관 전체가 욕을 먹어야 하고 군인 한 명이 성추행을 하면 군 조직 전체가 기강이 해이하다는 말을 듣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몇몇 악독한 아동학대범들 때문에 정말 아이들을 사랑해서 어린이집 교사가 된 천사같은 선생님들이 모두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정말 좋지 않은 일이라 생각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 기사에 어린이 학대 동영상이 올라오는데 이러한 부정적인 모습 말고 정말 어린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 어린이 한명 한명을 다 앉아 주는 선생님들의 동영상도 올려주어 실추된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기자분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고 일어나면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분노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다른 사건들도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아동학대는 대한민국의 미래인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앞으로 다시는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학부모, 경찰, 군청, 어린이집 원장선생님, 담당교사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보살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전수조사는 어린이집 및 유치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복을 입고 일반 자가용을 이용하여 일반인들이 경찰이 다녀간 것을 모르도록 실시하였으며 지면을 빌어 이번 전수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신 지역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한민국의 미래희망인 사랑스러운 아이들 잘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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