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묘순씨 엮은 '원전으로 읽는 정지용 기행 산문'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향수의 시인’, ‘현대시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정지용 시인이 산문에도 날카로운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가? 그의 산문은 특유의 감각적 언어 구사로 맛깔스럽게 읽힐 뿐 아니라 호쾌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최근 발간된 ‘원전으로 읽는 정지용 기행 산문’은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냈던 지용 산문의 진가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

이 책에는 정지용 시인이 남긴 기행 산문 48편이 고스란히 수록돼 있다. 최초로 옥천(중부) 방언을 중심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책. 충북 옥천에 거주하는 수필가 김묘순(52·동양일보 옥천 담당 기자·한국문인협회 옥천지부장)씨가 3년의 기간을 걸쳐 완성한 것으로 최근까지 발간된 정지용 기행 산문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의 후원으로 제작됐다.

책은 “(내가 아니면) 누군가 이 일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편자 김씨의 불안감에서 출발했다. 24년째 옥천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지용 시인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문학을 시작했고, ‘정지용 산문 연구’ 등 지용 시인에 관한 3편의 논문을 썼으며, 현재 관련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김씨는 “이 책은 정지용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과 일반인 모두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당시 원본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공부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지나고 보아도 불편한 진실로 기억된다”고 밝혔다.

책에 실린 산문은 1948년 박문출판사에서 발간한 ‘문학독본’과 1950년 ‘국도신문’에 실었던 작품을 원본으로 삼았다. 여정에 따라 1부 일본교토, 2부 금강산기, 3부 남유다도해기, 4부 화문행각, 5부 남해오월점철로 나뉜다.

김씨는 원본 표기를 준수해 독자들에게 작품 창작 당시 작가의 정서를 그대로 전달하려 했으며, 향토어인 방언을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옥천 지방 방언을 최대한 조사해 수록,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또한 세로쓰기는 가로쓰기로 정리하고 대화체 문장은 따옴표(“”)로 바꿔 정리해 내놓았다.

김씨는 “정지용은 산문에서도 운율을 의식해 의도적인 띄어쓰기를 했고 문장부호도 아껴 썼다”며 “기행 산문에 작심하고 방언을 쏟아 붓고 있는데 이는 우리말을 지키고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록에는 정지용 연보와 행방이 묘연한 1950년 이후 정지용 문학과 문화 행사 발굴 자료를 실었다. ‘정지용 생애여정’과 ‘정지용 기행 산문 여정’을 통해 당시 시대적 상황만큼이나 혼란스러운 그의 생애와 기행 여정을 지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기도 했다.

최동호 고려대 교수는 서문을 통해 “정지용은 결코 머리나 손으로 작업하는 사변적 시인이 아니라 발로 가슴으로 마음으로 쓴 산문가이며 시인이었다는 것을 이 산문집에서 발견하게 된다”며 “이 책은 앞으로 지용 연구의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며 또한 지용의 여정을 따라 여행하는 답사 길의 중요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장영우 동국대 교수는 “언어(방언)적 귀결을 짓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어휘나 어구의 방언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서출판 깊은샘.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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