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전 대변인 '바보, 산을 옮기다' 참여정부 비망록 출간

▲ 윤태영 전 대변인 '바보, 산을 옮기다' 참여정부 비망록 출간

이해찬, 유시민 입각 계속 반대하자 노무현 "그럴거면 그만두세요!"

문재인 비서실장과 '차기, 이해찬이냐, 한명숙이냐' 토론도

 

(동양일보) 지난 2006년 1월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4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공식 발표에 앞서 일부 언론에 개각 대상 부처와 장관 내정자 명단이 보도됐고, 여기에 당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포함되자 여당에서 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장관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과 장관 제청권자인 당시 이해찬 총리가 정면 충돌했고, 유 장관 입각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 총리의 태도에 격앙된 노 대통령은 이 총리에 "그만두라"고까지 얘기했다.

'노 대통령의 필사'로 알려진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펴낸 '바보, 산을 옮기다'(문학동네 출판)에는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기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 같은 일화를 비롯, 알려지지 않은 비화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또 한 권의 참여정부 비망록이다.

●"이총리, 그럴거면 그만두세요!" = 이 책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충돌은 같은 해 1월4일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벌어졌다.

당의 반발을 우려한 일부 참모들이 유 의원의 복지부장관 내정자 발표를 유보해달라고 건의했고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2일 개각 명단에는 포함시키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이날 노 대통령은 당의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자 유 장관 내정 발표 강행을 지시했다.

이에 청와대 관저를 찾아온 이 총리는 유 의원의 입각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언성을 높였고, 총리도 언성을 높였고,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한동안 고성이 오고 갔고, 감정섞인 말들도 나왔다"고 이 책은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당이 간섭할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목소리 톤을 높였고, 이 총리는 "감정적으로 그러지 마세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발끈해 "어째서 총리가 생각하는 것만 옳습니까? 누가 옳은지 모릅니다. 원칙대로 가는게 맞습니다. 발표 안하면 내가 직접 기자실에 갑니다"라고 말했고, 그래도 이 총리가 물러서지 않자 노 대통령은 "그럴거면 그만두세요!"는 말까지 내뱉었다.

책임총리로 불리며 각별한 신뢰를 받던 이 총리와 노 대통령의 복합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노 대통령은 이 총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지만 때로는 긴장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2005년 6월초 "대통령 측근, 사조직의 발호를 막아야 한다"는 헤드라인의 이 총리 발언 기사는 노 대통령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노 대통령은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고 김우식 비서실장의 보고 자리에서 이 총리 발언에 불쾌감도 표시했다고 이 책은 적었다.

그 무렵 열린우리당의 청와대 인적쇄신 목소리가 높아지자 노 대통령은 "당정청회의에서 청와대는 빠지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이 총리와의 주례회동도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지시했다.

 

●노무현·문재인 "차기, 이해찬이냐·한명숙이냐" 토론 = 2007년 5월 청와대관저에서는 노 대통령과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 유시민 복지부장관간에 차기 대선 주자를 둘러싼 '토론'이 벌어졌다.

'이해찬이냐, 한명숙이냐?'가 문제였다. 두 전직 총리는 당내 경선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태였다.

문 실장이 "지지자들은 대체로 이해찬 총리쪽으로 가지 않을까요?"라며 물었고, 유 장관은 "이 총리쪽으로 몰아야지요"라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나는 한총리가 어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은데…주례회동때 봤는데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고 한 전총리쪽 손을 들었다.

이 책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앞서 그해 2월 퇴임을 앞둔 한 총리에게 대선 출마를 청했다. 특히 "우리 참모들중 누구라도 필요하면 불러다 쓰시라. 내가 결심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까지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한 총리에게 밝혔다.

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은 자신과 같은 스트라이커형이 아니라 성품이 좋은 사람, "단호하되 외유내강형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한 총리를 염두에 뒀다는게 윤 전 대변인의 기록이다.

다만 노 대통령은 그해 5월 이해찬 전 총리로부터 당내 경선 출마 결심을 전해들은 뒤에는 참모들에게 "지금까지 한총리를 염두에 둔 이야기를 내가 불쑥불쑥 했는데, 다들 머릿속에서 지우라"고 했다.

두 사람이 경쟁할 때 대통령이 누구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경계하는 당부였다.

노 대통령은 유시민 의원도 차세대 주자로 평가하고 있었고, 차기 대선에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기대했다고 이 책은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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