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딸은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채팅을 하고 있다. 한 공간에 있지만 둘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만 흐른다.

 SBS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방송된 방송인 이경규의 거실 풍경이다.

 하지만, 사실 여느 집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다. TV 속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지고 스마트폰에 재미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질수록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가끔 TV를 끄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도 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남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가족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방송가에는 SBS '아빠를 부탁해'·'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동상이몽), JTBC '엄마가 보고 있다'와 같은 가족 간의 소통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귀여운 아이 모습에 '힐링'
 언젠가부터 방송가에는 '육아 예능'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육아 예능'의 원조는 지난달 종영된 SBS '스타주니어 쇼 붕어빵'(붕어빵)이라 할 수 있다. 스타들이 자녀와 함께 출연하는 이 방송은 아이들의 거침없는 돌발 발언으로 흥미를 자아냈고 6년간 방송됐다.

 '어설픈 아빠'가 자녀를 데리고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MBC '아빠! 어디가?'는 육아 예능에 여행이라는 소재를 더해 한때 시청률이 20%대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엄마와 달리 늦잠을 자고 음식을 잘못해 '꼬르륵' 소리가 나도록 굶기지만, 엄마가 있을 때는 먹지 못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해주고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와 아이는 점차 가까워졌고 시청자는 그 과정을 시청자는 흐뭇하게 지켜봤다.'

 '아빠! 어디가?'의 성공으로 가족이 함께 떠나는 캠핑 붐이 일기도 했다. 이후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TV '오 마이 베이비' 등 가족이 함께 육아를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 예능이 연달아 나왔다.

 늘 허세를 부리지만 의외의 상황이 닥치면 허둥지둥하는 아빠와 천진난만한 아이들, 아빠와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잠깐의 휴식을 누리는 엄마, 그리고 육아를 통해 서로 애환을 이해하고 더욱 끈끈해져 가는 가족.

 '육아 예능'은 미래의 가족을 그리는 미혼남녀부터 지금 아이를 키우는 부모, 프로그램을 통해 예전의 기억을 더듬는 장년층까지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동화 같은 '육아 예능'서 현실적 '가족 예능'으로
 '붕어빵'은 지난달 304회로 막을 내렸다. 꾸준히 시청률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인기가 무색하게도 마지막회에선 4.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이들의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아빠! 어디가?'도 지난 1월 4.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 시간대 예능프로그램 꼴찌로 종영했다.

 인기가 한풀 꺾여 사라지는 듯 했던 '육아 예능'은 사춘기부터 20~30대 장성한 자녀가 등장하는 '가족 예능'의 옷을 입고 재등장했다.

 '육아 예능'이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동화처럼 그렸다면, 최근 방송되는 '가족 예능'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생기는 가족 사이의 갈등을 직시하고 있다.'

 '아빠를 부탁해'는 이경규, 조재현, 조민기, 강석우 등 연예인 아빠들과 20대 딸들의 일상을 담았다. 더는 아빠의 도움이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다가가면 '징그럽다'며 밀어내는 다 큰 딸들이다.

 서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색해하던 아빠와 딸은 쑥스러운 듯 얼굴 대신 카메라를 보며 속내를 털어놓고, 영상편지 속 서로를 보며 울고 웃는다.

 '동상이몽'은 아예 가족들을 무대 위로 불러올렸다. 1등에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답답한 딸, 화장을 하는 중학교 2학년 딸이 걱정인 엄마 등 부모 자식 간의 고민을 들고나온 출연자들은 각자의 입장을 하소연하듯 털어놓는다.

 집에서는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던 속마음은 진행자나 패널들의 부추김을 받고서야 조금씩 입 밖으로 나온다.

 관찰카메라를 활용한 JTBC '엄마가 보고 있다'는 도통 속을 알 수 없었던 자녀의 생각을 24시간 관찰카메라를 통해 엿본다는 콘셉트다.

 ◇'우리 모습은 어떨까' 자아 성찰
 '가족'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은 사실 방송가의 단골 소재다. 시청자는 스타의 사생활, 본모습을 궁금해하고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근 '가족 예능'은 대화와 소통, 관계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족과의 소통단절이 갈등으로 이어지는 현실의 방증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3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4 청소년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와 고민에 대해 대화를 얼마나 하냐는 질문에 '거의 안한다', '월 1~3회'라는 응답이 각각 34.7%, 31.2%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매일'이라는 답변은 9.6%에 불과했다.'

 '베이비 붐' 세대로 표현되는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 '아빠를 부탁해'는 젊은 날 일에 열중하느라 가정을 돌보지 못했던 아빠가 '너희가 내 덕에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노라' 큰소리를 치지만 가족들은 그런 모습에 눈을 흘기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이창태 SBS 예능국장은 "가족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사회가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가족의 소통을 다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그 해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최근의 '가족 예능' 바람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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