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세대 넘나드는 발걸음…대중 접촉면 넓혀
"대권 자격없는 사람" 몸낮추기…총선이 중대고비

(동양일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연일 지역과 세대, 지지층을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펴고 있다.

여권을 강타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도 4·29 재·보궐선거에서 완승을 거두며 리더십을 공고히 한 김 대표는 재보선 답례투어를 비롯한 잇단 지방 일정, 봉하마을 방문, 대학 강연 등 보폭을 넓히며 여당대표로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대권주자를 연상케 하는 행보라는 이야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여당과 거리를 둬온 야당 지지자들과 호남 민심에 다가가는 행보가 눈에 띈다.

김 대표는 23일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묘역을 참배했다. 여당 대표로는 처음 추도식에 참석한 것이다. '국민 통합 행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더욱이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로부터 면전에서 강한 비난을 받고, 일부 추모객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물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지만 행사장을 지켰다.

김 대표는 지난 2월14일에도 여당 대표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봉하마을을 찾았다. 당시 방명록에 "서민대통령께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남겼고, 과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한 데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든다는 '고해성사'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7, 18일엔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거행된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참석, 정부에서 제창을 불허한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불렀다.

여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5·18 전야제에도 참석했다가 '물세례'를 받고 자리를 떠나긴 했으나, 5·18 유족 대표들이 서울까지 찾아와 사과하자 "물세례가 시원했다"고 웃어넘겼다.

김 대표는 4·29 재보선 승리에 감사인사를 하고 공약 이행을 다짐하는 '답례 투어'도 했다.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서울 관악을, 인천 서·강화을, 경기 성남 중원 뿐만 아니라 여당 후보가 낙선한 광주 서을도 방문했다.

여당 후보가 11%의 득표율을 그친 광주 서을에서도 김 대표는 "비록 새누리당이 선택받지 못했지만 호남 발전을 위해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유권자들 앞에서 거듭 다짐했다.

김 대표는 여당의 취약층인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대표는 다음달 3일 서울대를 방문, 학부생을 상대로 정치를 주제로 강연한다. 지난 3월에는 지역구의 부산해양대와 모교인 한양대를 찾아 현안 뿐만아니라 자신의 연애담, 대학시절 이야기 등을 풀어놓으며 젊은 표심을 공략했다.

이같은 행보는 김 대표가 최근 다수의 차기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라이벌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를 꺾고 지지도 1위를 차지하는 것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권 도전과는 선을 긋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헌정회 강연에서 "대권은 하느님이 주시는 것이고, 제 스스로 대권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측근들도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이미 '대권 플랜'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일련의 행보도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지지 기반 다지기를 해나가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김 대표에게는 내년 총선이 그의 대권도전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가 총사령관이 돼서 치르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여권내 대권경쟁에서는 '김무성 대세론'이 탄력을 받게 되지만, 패배할 경우에는 당내에서는 대안찾기에 무게중심이 쏠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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