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항암제가 모든 암환자에게 같은 효능을 내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체질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가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처방한 항암제가 환자의 특성과 맞지 않아 오랜 기간 투여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한시가 급한 암환자가 길게는 몇 달을 허송하는 셈이다.

25일 의학계에 따르면 이런 일을 방지하는 '인간화 마우스(Humanized Mouse)' 기술이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다.

인간화 마우스는 특별한 조작으로 면역력을 완전히 제거하고 인간의 유전자, 세포, 조직, 기관 등을 이식한 실험쥐를 말한다.

보통 인간의 조직은 쥐의 체내에서 면역력에 의해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면역력을 제거한 쥐는 인간의 세포·조직을 체내에 그대로 보유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이용하면 면역력이 없는 쥐의 체내에 암환자에게서 채취한 암 조직을 옮길 수 있다.

암환자 개인의 특성을 그대로 가진 '아바타 실험쥐'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런 쥐를 여러 마리 만들고 여기에 각종 항암제의 효능을 미리 시험하면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항암제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인간화 마우스를 이용한 '환자유래암세포이종이식(PDTX)'의 기본 개념이다.

인간화 마우스를 이용하면 의사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환자에게 가장 잘 듣는 항암제를 선택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 김성주 교수는 "해외에서는 이 방법으로 선택한 항암제가 실제로 효능을 보였다는 내용의 논문이 여러 편 발표돼 있다"며 "국내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인간화 마우스 기술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단점이다.

인간화 마우스는 면역력이 없어 공기 중 병원균 등 미세한 자극에도 극히 민감해 관리가 까다롭다. 무균시설과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이 전자공시시스템 투자설명서에 공시한 바로는 환자 한 명에 드는 비용이 15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동물 비용이 별도로 드는데, 실험쥐 자체 단가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 잭슨랩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면역력 제거 실험쥐(NSG)의 단가는 최소 100달러(약 11만원)가 넘는다. 환자마다 아바타 쥐는 100마리 정도가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비용에도 '인간화 마우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효능 없이 한 달에 수백만원씩 드는 항암제를 몇 달씩 복용해 날린 비용에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까지 따진다면 거금을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김성주 교수는 "지금은 이 기술이 연구 단계고 가격도 너무 비싸 많은 환자에게 권유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실험쥐의 몸속에 암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발전하면 이 기술이 훨씬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